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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이슈&포럼 2024 VOL.87

TOBACCO CONTROL ISSUE & 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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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담배규제 강화 필요성과 향후 과제

김진선 선임전문원
국가금연지원센터 금연정책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0세에서 19세 사이를 ‘청소년(Adolescents)’, 15세에서 24세 사이를 ‘청년(youth)’으로 구분하고, 10세에서 24세까지를 통틀어 ‘젊은 층(young people)’으로 정의할 수 있다. 아동기에서 성인기로의 전환은 급격하고 동시다발적인 발달과 변화를 수반하는데, 이는 발달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건강에 있어서는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청소년 시기는 건강한 연령대라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다양한 공중보건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담배 사용 문제는 청소년 시기에 발생할 수 있는 주요 건강 위험요인 중 하나로 평생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담배제품 사용은 주로 청소년기에 시작되고 정착하며, 매일 일반담배(궐련)를 피우는 성인 10명 중 약 9명은 18세 이전에 흡연을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형태의 담배제품은 안전하지 않으며,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젊은 성인에게는 더욱 위험할 수 있다. 담배제품에는 니코틴이 함유되어 있어 중독성이 강하고 성장기 뇌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5천만 명의 청소년(13~15세)이 일반담배(궐련)를 피우거나 무연담배를 사용하고 있으며, 거의 1억 5,500만 명의 청년(15~24세)이 흡연자로 보고되었다.   또한, 담배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동·청소년은 이후 흡연자가 될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처음 흡연을 경험하는 연령이 13.6세로 보고되었으며, 주 1일 이상 가정 내 간접흡연에 노출된 청소년의 비율 또한 20.7%로 조사되었다.  

 

오늘날 담배업계는 담배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데, TV, 라디오, 잡지 등과 같은 전통적인 매체를 활용한 담배 광고·판촉·후원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를 우회하는 주요 전략 중 하나로 소매점 광고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 계산대 주변에 배치된 화려한 담배 광고와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진열된 각양각색의 담배제품들은 아동·청소년에게 제한 없이 노출되기도 한다. 또한, 전 세계 많은 아동·청소년과 젊은 연령층이 주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는 담배 마케팅의 핵심 채널이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주요 소셜미디어는 유료 담배 광고를 금지하고 있으나, 다국적 담배 기업들은 브랜드 페이지 운영하거나 소비자의 사용 후기 글을 유도하는 등의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그 밖에도 기존의 일반담배(궐련)와는 다른 느낌의 제품 변화, 즉, 전자담배나 일회용 제품과 같은 새로운 유형, 매력적인 외형, 포장, 맛과 향이 첨가된 담배제품들은 새로운 세대의 관심을 유도하고, 담배제품 사용의 재규범화를 꾀함으로써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담배제품에 맛과 향을 첨가한 제품, 이른바 가향 담배는 아동·청소년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으며, 담배 사용을 시작하는 관문으로 작용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30일 동안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고등학생의 88.2%와 중학생의 85.7%가 가향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되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만 13~39세의 젊은 현재 흡연자 중 77.2%가 가향 담배를 사용하고 있고, 특히 만 13~18세가 85.0%로 가향 담배 사용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이하, WHO)는 지난 2023년 12월 전 세계적인 액상형 전자담배 확산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함께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 국민 건강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각국의 긴급하고 강력한 조치를 요청하는 행동 촉구문을 발표한 바 있다. WHO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공중보건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근거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기존의 일반담배(궐련)의 대체재로 홍보하는 일각의 주장 확산과 액상형 전자담배의 상용화가 비흡연자는 물론 아동·청소년의 담배 중독과 건강 위험을 증가시키는 심각한 공중보건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앞서 제시한 여러 조사·연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성인 흡연자는 청소년기 담배 중독에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아동·청소년의 담배제품 사용과 노출을 예방하는 것은 결국 국가 담배규제정책 추진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WHO FCTC)을 비준한 지 어느덧 약 2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국내 담배규제정책은 많은 성과와 발전을 이루기도 하였으나, ‘담배 폐해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많은 언론과 시민사회의 주목을 받았던 담배제품 정의 확대 문제는 관계부처 간 협의, 국회 논의 등을 거쳐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듯하였으나, 당초 기대와 달리 연내 입법 성과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그러는 사이 합성 니코틴뿐만 아니라 니코틴이 포함되지 않은 “무(無) 니코틴”, “유사 니코틴” 등 담배 시장은 규제 강화 분위기를 뛰어넘는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제품 다변화에 따른 규제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규제 대상이 되는 담배제품 정의 확대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담배제품에 포함되지 않는 유사 담배제품이라도 할지라도 신고·허가 절차를 마련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정립해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새로운 담배제품 유입은 그간 담배규제정책을 통해 형성된 담배 사용 비규범화 노력을 자칫 수포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담배 시장동향, 담배제품 출시와 사용현황 등을 수시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신종담배의 국내 유입 가능성과 영향을 평가함으로써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는 규제방안 마련을 위하여 국내에서 유행하는 제품 유형과 사용행태, 마케팅 현황 등을 주기적으로 파악하고, 인구집단별 특성과 적절한 금연 중재 방법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규제 근거를 개발·적용할 필요가 있다.

 

한편, 담배제품 정의 확대와 같은 현행법상 규제의 허점을 보완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노력과 더불어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WHO FCTC)의 취지와 권고를 고려하여 담배규제정책 모든 영역을 포괄적으로 강화해나가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되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입법과제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재추진 필요한 과제를 선별하여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아동·청소년의 흡연 요인으로 중요하게 작용하는 가향 물질 첨가 규제는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이다. 또한, 담배소매점 외부로 담배 광고가 보이지 않도록 하는 정도의 현행 광고 규제는 담배 노출로부터 아동·청소년과 비흡연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 취지를 달성하기에는 사실상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아동·청소년의 접근이 가능한 모든 소매점에서는 담배제품의 진열은 물론 이에 대한 모든 광고를 전면 금지해야 하며, 담배제품과 이를 연상시키는 모든 유사 제품, 기기 장치류 등에 대한 온·오프라인 광고·판촉 또한 법적으로 규제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담배 문제에 여러 부처가 관계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행정체계를 고려할 때, ‘담배 폐해로부터 국민 건강 보호’라는 명확하고 근본적인 목표하에 정부 부처 간의 단합된 노력과 일관성 있는 규제를 추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2025년 11월에는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담배 유해성 관리법)」이 새롭게 시행된다. 담배 유해성 관리법의 실효성 있는 추진을 위해서는 대상 제품과 성분 범위를 포괄적으로 설정함으로써 규제 범위를 벗어난 제품들이 무분별하게 확산하지 않도록 대응이 필요하며, 현실 여건을 고려하여 점차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신규 법령 시행에 따른 담배 시장과 사회적 변화, 수집된 유해 성분 정보의 정책적 활용방안에 대한 고민도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 주 정부와 주요 담배회사 간 합의(Master Settlement Agreement, MSA)에 따라 대중에게 공개되기 시작한 담배 제조사 내부 문건을 살펴보면 이러한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10대의 흡연 패턴과 태도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의 청소년은 미래의 잠재적 단골 고객이며, 흡연자의 압도적 다수가 10대에 처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It is important to know as much as possible about teenage smoking patterns and attitudes. Today’s teenager is tomorrow’s potential regular customer, and the overwhelming majority of smokers first begin to smoke while still in their teens.)  이는 오늘 이 순간에도 많은 아동·청소년들에게 노출되고 있는 담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깨닫게 해준다. 점점 더 교묘하고, 공격적으로 다가오는 담배의 위협으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 ‘담배 없는 대한민국’을 향해 다가서기 위해서는 담배로부터 전 국민을 보호해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는 모든 어른들의 책임 있는 결단과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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