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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이슈&포럼 2024 VOL.87

TOBACCO CONTROL ISSUE & FORUM
금연 이슈&포럼 웹진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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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에게 듣는다1

브라질은 세계 최초로 담배제품에 가향물질의 첨가를 금지한 국가이다. 가향물질과 첨가물의 사용은 아동·청소년 등 젊은 연령층을 겨냥한 담배회사의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가향담배는 담배의 매력도를 높여 담배 사용 시작과 흡연 지속을 유도한다. 브라질 식품의약품감시국(ANVISA)의 안드레 루이즈 올리베이라 다 실바(Dr. Andre Luiz Oliveira da Silva) 박사를 만나 가향 금지를 통한 담배제품의 규제 방향에 대하여 브라질의 사례를 들어보았다.

*‘2024년 금연정책포럼(’24. 9. 10.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의 사전 인터뷰 내용   재구성하였음
전문가
인터뷰

Dr. Andre Luiz Oliveira da Silva

브라질 식품의약품감시국 담배규제사무소
Tobacco Control Office, Brazilian Health Regulatory Agency (ANVISA)

 

  • • 브라질 식품의약품감시국(ANVISA) 담배규제사무소 보건감시위원(Health surveillance agent)
  • • WHO FCTC 제9조 및 제10조(담배 제품의 성분 및 배출물 규제) 전문가 그룹
  • • WHO 국제담배규제포럼(Global Tobacco Regulatory Forum, GTRF) 담배제품 첨가물 규제 전문가 그룹

 

 

브라질의 식품의약품감시국(ANVISA)은 어떤 업무를 하는 곳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ANVISA는 브라질의 보건복지부와 연결되어 있지만, 종속적이지 않고 독립적인 기구이다. 식품, 화장품, 담배, 의약품, 보건 서비스, 의료 기기의 승인과 감독을 담당하는 규제 기관으로 담배와 관련해서는 담배 제조 및 판매 관리·감독, 담뱃갑 경고그림, 담배 광고·홍보·판촉 규제, 금연구역 등 비가격정책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전반적인 정책은 보건복지부에서 수행하고, 담배와 관련된 사항은 ANVISA가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것인지?
브라질의 보건복지부는 주로 대국민 캠페인, 금연 치료 등의 정책을 시행한다고 보면 된다. 반면, ANVISA는 제품 자체에 대한 성분이나 마케팅 유해성에 대한 근거를 체계화하고 보건복지부가 담배규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입법 권한이나 지도·단속할 수 있는 감시 역할도 수행함에 따라 매우 강력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브라질은 전 세계를 통틀어서 가장 강력한 담배규제정책을 이행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그 배경은 어떻게 되는지?
브라질이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강력한 담배규제정책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오래전부터 규제를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브라질은 1996년에 금연구역을 지정하고, 2001년에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담뱃갑 경고그림을 부착했으며, 식품 모양의 담배를 금지하는 등 다양한 규제를 시행하였다. 브라질이 가장 강력한지는 모르겠으나 규제를 시행한 지는 오래된 국가이다. 브라질 국민은 이러한 정책적 노력 덕분에 담배규제정책을 통해 공중보건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고,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있다. 더불어, 의료인들이 담배규제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일례로서 브라질은 2009년에 액상형 전자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했지만 업계 측의 허가 요청에 의해 재검토를 실시하였는데, 2024년에 다시 새롭게 액상형 전자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 금지를 시작했다. 이때 브라질의 모든 관계기관은 이러한 금지 정책을 지지하였으며, 브라질의 정책은 적극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브라질의 이러한 강력한 규제 정책에 대하여 담배회사들의 저항은 어떠한가?
역사적으로 브라질은 6천년 전부터 아마존에서 담배 식물이 자생 및 재배되어 왔고, 포르투갈이 브라질을 식민지화하였을 때 담배와 노예를 교환하는 거래를 할 정도로 담배는 브라질의 큰 자원이었다. 현재도 브라질 원주민들은 여전히 담배 식물을 재배하고 있으며, 브라질은 세계 1위 담배 수출국이기 때문에 당연히 강력한 담배규제정책에 대한 담배회사의 반발이 컸다. 많은 글로벌 담배 기업의 압박이 있었는데, 이는 브라질이 엄청나게 큰 담배 시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브라질의 강력한 규제가 도미노 효과를 일으켜 주변 국가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강력한 담배규제정책은 브라질의 흡연율 감소에 큰 영향을 주었다. 80년대 말 90년대 초에는 흡연율이 35~40% 정도로 상당히 많은 국민들이 흡연함에 따라 중독성이 심해 치료를 제공했었는데, 현재 브라질의 흡연자는 10% 정도로 크게 감소하였다.

 

브라질은 지난 2012년, 전 세계 최초로 가향 물질의 첨가를 금지했다. 이를 도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담배업계는 다양한 방법으로 마케팅을 펼치기 때문에 담배 성분, 특히 가향 첨가물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1999년부터 담배 제조업자에게 정보 공개 요청과 수집,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초콜릿 향, 꽃 또는 꽃 추출물 향, 벌꿀 향, 커피 향, 과일 향, 아로마향 등 매우 다양한 가향 첨가물이 존재하며, 하나의 담배 브랜드가 130개가 넘는 첨가물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2012년부터 향을 부여하거나, 강화하거나, 수정하거나, 제품의 맛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성질을 가진 모든 첨가물 성분이 포함된 담배제품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멘톨이나 초콜릿 향 등 ‘특정 향’에 대해서만 규제를 하는 반면, 브라질은 담배의 특성을 바꾸는 미량의 가향 첨가물까지 모두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와 차이점이 있고, 이것이 보다 강력한 규제라 할 수 있다.

 

 

브라질에서 규제하는 가향 물질이 600개 이상이라고 들었는데, 몇 개를 금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담배회사가 제출해야 하는 물질의 개수가 어느 정도인지?
브라질은 제한·금지 목록에 따른 방식(negative list)이 아니라 물질의 기능에 따라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 담배 산업에서 가향 물질로 사용하는 것은 주로 식품 첨가제이다. 그러나, 식품 첨가제가 사람의 폐에 들어가는 것은 입으로 섭취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로, 모든 식품 첨가제는 가향 물질로 인정되어 담배제품에 첨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에 따라 담배회사는 자사 제품에 대한 모든 구성 성분을 제출해야 하며, 이에 따라 규제 당국에서는 각 제품별로 얼마나 많은 가향 물질을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실제로 어떤 담배회사는 하나의 제품에 100개 이상의 첨가제를 사용하기도 했다. 담배회사가 제출하는 구성 물질은 규제의 근거가 되고, 소송의 답변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가향 물질이 담배제품을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는 점은 법원 판결을 통해 이미 인정된 부분으로 기술적 논쟁이 필요하지 않은 사실이다. 담배제품에 포함된 성분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가향 규제에 있어서 첫 단계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금지하고 있는 식품 첨가제 목록은 없는 건지?
특정 물질이 담배 제조에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될 경우, 허용되는 물질에 대한 리스트가 있기는 하나, 해당 물질이 담배 제조에 꼭 필요하다는 점을 담배회사가 입증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일단 금지해야 하는 물질로 간주한다.

 

대한민국도 내년에 담배 성분을 공개하는 법률(담배 유해성 관리법)이 시행되는데, 효율적인 규제시행을 위한 조언이 있을지?
첫 번째로 법률을 통해 담배회사가 정부 기관에 담배 유해 성분을 제출하고, 공개해야 할 책임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며, 규제 기관은 이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가져야 한다. 두 번째는 법이 계속해서 개선되어야 한다. 브라질은 1999년에 담배 유해 성분 공개법을 처음 도입하였으며, 당시에는 소수였지만 지금은 공개 대상 성분이 200여 개가 넘고 여기에 가향 물질과 구성 성분도 추가되었다. 이번에 최초 도입되는 법률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담배회사의 데이터를 토대로 한국 상황에 비추어 해당 성분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해서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뛰어난 한국 연구자들의 역량과 취합될 정보를 토대로 법을 계속 개정해 나가길 바란다.
또한, 제품 정보와 시장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며, 특정 브랜드 간의 비교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브라질의 경우, 전자담배가 허용되지만, 한국에 매우 다양한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고 했는데 브라질의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

 

 

 

  • 1. 한국건강증진개발원. (2024). 2024년 금연정책포럼 발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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