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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이슈&포럼 2024 VOL.87

TOBACCO CONTROL ISSUE & FORUM
금연 이슈&포럼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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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에게 듣는다2

일각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기존 궐련의 대체재로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까지 수많은 과학적 근거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건강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담배의 건강유해성’과 ‘담배업계 마케팅 전략 분석’ 등에 있어 전 세계적인 담배규제정책 전문가인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스탠튼 글란츠(Dr. Stanton A. Glantz) 박사를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의 위험성에 대한 최신의 근거와 견해를 들어보았다.

*‘2024년 금연정책포럼(’24. 9. 10.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의 “액상형 전자담배는 덜 유해하지 않다: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E-cigarettes do not meaningfully reduce harm)” 강연내용   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하였음
전문가
인터뷰

Dr. Stanton A. Glantz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 •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근무(45년간, 퇴직)
  • • UCSF 담배규제 연구 및 교육 센터 총괄 책임자(20년간)
  • • 미국심장학회 저널 부편집장(10년간)
  • • 독성 대기 오염 물질에 관한 캘리포니아주 과학 검토 패널의 최장수 위원(1986~2020년)
  • • 미국 국립의학아카데미(구 의학한림원) 선출(2005년)
  • • 총 5권의 저서와 400편 이상의 과학논문 저자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궐련)보다 덜 해롭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가 어떠한지?
1976년 영국 심리학자 Russell MA는 “사람들은 니코틴 때문에 흡연을 하지만, 타르 때문에 사망한다” 라고 발표  한 바 있다. 당시 이러한 발표는 중독성이 있다는 점 외에 니코틴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지 않지만, 담배를 태울 때 발생·흡입하는 연소생성물이 질병의 원인이라는 논리에서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담배를 완전히 끊을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1976년에 비해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흡연율이 크게 감소한 상황이며, 니코틴의 부작용과 담배로 인한 질병의 역학관계에 대해 훨씬 많은 과학적 근거가 존재한다.
현재 일각에서는 나오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궐련)에 비해 95% 더 안전하다”는 주장 또한 최신 근거에 따르면 증명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위해 감축 주장은 액상형 전자담배가 연소를 통해 니코틴 에어로졸을 생성하지 않기 때문에 궐련보다 안전하다고 몇몇 사람이 회의를 통해 결론 내린 것인데, 이와 관련해서 발표된 논문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뒷받침하는 경험적 증거가 전혀 인용되지 않았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배터리와 내부 코일을 이용해 니코틴과 기타 화학물질이 녹아 있는 용액을 가열시킴으로써 생성된 에어로졸을 흡입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데, 불이 없으므로 연소가 일어나지 않아 더 안전하다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화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에 관한 최신 근거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궐련)에 비해 95% 더 안전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11~’15년경에는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이후, ’23년 말까지 Index Medicus나 PubMed 기준으로 거의 1만 편에 달하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건강 영향에 관한 논문이 발표되었다.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일반담배(궐련)와 다른 주요한 독성 물질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베이스로 사용되는 프로필렌글리콜(PG), 식물성글리세린(VG)은 식품 첨가물로도 사용된다는 점에서 안전한 것으로 홍보되어 왔으나, 무해하지 않다. PG나 VG를 에어로졸화하여 흡입할 경우, 폐 질환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될 수 있으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임산부와 실험 동물에 대해서도 악영향이 확인되었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되는 가향 물질 상당수는 매우 위험하다. 예를 들어, 버터 맛을 내기 위해 액상형 전자담배의 가향제로 널리 사용되는 디아세틸(Diacetyl)은 매우 치명적인 폐 독성 물질을 생성하여 모세기관지 폐색을 유발할 수 있다. 코코아 오일이나 시나몬 오일과 같은 향은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은 괜찮지만 에어로졸화 하여 흡입하면 심각한 폐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액상형 전자담배의 코일을 가열하는 방식은 중금속 노출의 중요한 원인이며, 중금속 흡입은 인체 건강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되는 니코틴은 중독 외에도 종양 촉진제*로작용할 수 있으며, 심혈관계질환 등 각종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 암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암에 걸린 상태라면 암 진행 속도와 전이 가능성을 높이고, 혈관 신생(혈관이 종양으로 성장하는 것) 촉진
마지막으로,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유무, 가향 유무 등에 관계 없이 건강에 유해한 초미세입자를 생성하는데, 이러한 초미세입자는 혈액을 통해 바로 세포 침투가 가능하며, 염증 과정을 유발하고 혈관 기능에도 영향을 주는 등 더 위험할 수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질병의 연관성에 관해 최근 발표한 체계적 문헌고찰 주요 결과를 소개해달라.
액상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궐련)의 질병 위험도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 심혈관질환, 뇌줄중, 대사기능 장애 등 전체적인 위험도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구강질환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궐련)에 비해 약간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감소율이 미미한 수준이었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40~70%가 다른 담배제품과 함께 사용하는 이중 사용자이며, 이중 사용자의 경우 일반담배(궐련)만 사용하는 경우에 비해 호흡기질환, 구강질환 등에서도 위험도가 상승했다. 담배 비사용자와 비교했을 때에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행태(단독사용, 이중사용)에 관계없이 모든 결과에서 질병 발생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질병의 연관성에 관해 최근 발표한 체계적 문헌고찰 주요 결과를 소개해달라.
암 발생의 경우, 인구집단의 위험도를 추정할만한 유의미한 연구는 아직 충분치 않으나, 액상형 전자담배가 유전자 변형을 유발할 수 있다는 근거는 존재한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암을 포함한 여러 질병과 관련한 수백 개 유전자에 악영향을 미치며, 암 발병의 핵심 단계인 종양 억제 유전자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액상형 전자담배는 쥐에게 암(특히 폐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발표된 논문에서는 프로필렌글리콜(PG), 식물성글리세린(VG)이 생쥐의 항종양 면역을 방해하고 암 성장을 가속화하며, 종양 전이를 촉진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대한민국의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에 관해 조언을 부탁드린다.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관한 근거가 매우 빠르게 축적되고 있으므로 이전 연구와 위험평가를 활용할 때에는 주의가 필요하며, 가급적 현시점에 존재하는 증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와 관련된 의사결정 시, 일반담배(궐련)만큼 높은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질병 발생 위험, 담배제품 이중 사용에 따른 질병 발생 위험 증가 등과 같은 직접적인 건강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과학적 근거를 종합하면,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궐련)보다 덜 유해하다거나 무(無)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무해하다는 담배업계의 위해 감축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 유행을 확대 장기화하고 있으며, 아직 위험도가 낮은 청소년 연령층을 대거 유입하여 일반담배 (궐련) 흡연 시작을 유도할 수 있다. 설령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부 질환에서 제한적인 이점이 있다고 할지라도 이를 통해 청소년 흡연 시작의 관문이 될 여지가 있는 경우,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므로,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허용하지 않거나 판매 범위를 제한하는 등 강력한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법상 ‘담배 정의’가 천연 니코틴에 국한되어 있으며, 합성 니코틴의 건강 위험성을 고려하여 규제가 필요하다는 보건당국의 입장과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이에 관한 견해는 어떠한지?
합성 니코틴은 천연 니코틴과 화학구조가 동일하고, 효과 면에서도 동일하기 때문에 이 둘의 건강 영향을 비교할 필요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담배업계는 천연 니코틴과 합성 니코틴을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2, 3년 전부터 규제 회피를 시도했다. 그러나 합성과 천연의 여부와 상관없이 합성 니코틴도 여전히 니코틴이라는 점에서 천연 니코틴과 동일한 생물학적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도 당초 담배제품의 정의를 “담배(식물)로 만들거나 또는 담배에서 추출한 제품”으로 규정하였으나,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면서 법안 개정을 통해 니코틴 유래(천연/합성)와 관계없이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 2. Stanton A. Glantz. (2024. 9. 10.). 2024년 금연정책포럼 발표자료: E-cigarettes do not meaningfully reduce harm.
  • 3. Russell MA. (1976). Low-tar medium-nicotine cigarettes: a new approach to safer smoking. Br Med J. 1976 Jun 12;1(6023):1430-3.
  • 4. Nutt, D. J. et al. (2014). Estimating the harms of nicotine-containing products using the MCDA approach. European addiction.
  • 5. Stanton A. Glantz, Nhung Nguyen, & Andre Luiz Oliveira da Silva. (2024). Population-Based Disease Odds for E-Cigarettes and Dual Use versus Cigarettes. NEJM Evid 2024;3(3).
  • 6. Tommasi S, Brocchieri L, Tornaletti S, & Besaratinia A. (2024). Epigenomic Dysregulation in Youth Vapers: Implications for Disease Risk Assessment. Am J Respir Cell Mol Biol. 2024 Aug 12.
  • 7. ToTang MS, et al. (2019). Electronic-cigarette smoke induces lung adenocarcinoma and bladder urothelial hyperplasia in mice. Proc Natl Acad Sci U S A. 2019 Oct 22;116(43):21727-21731.
  • 8. Arias-Badia M, et al. (2024). E-cigarette exposure disrupts antitumor immunity and promotes metastasis. Front Immunol. 2024 Aug 16;15:144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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