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가 청소년과 청년층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어느 때보다도 큰 상황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10명 중 8명 이상이 인터넷을 통해 매일 1인 미디어 중심의 개인 인터넷 방송 및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으며, 10대와 20대의 OTT 이용률이 90% 이상인 상황에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를 통한 담배·흡연 장면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담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형성하거나 그로 인해 담배사용을 촉진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예컨대 국제사회는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의 제13조 가이드라인의 개정을 추진하여 기술발전에 따른 디지털 통신을 이용한 오락매체 속 담배 묘사(depiction)에 대한 감시 및 규제 강화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당사국의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 내 담배 노출 증가와 청소년과 20대 젊은 성인층의 담배사용 위험 증가에 대한 우려는 규제가 어려운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의 특성을 이용한 담배업계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인해 더욱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디지털 스트리밍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F1 관련 콘텐츠(“Formula1: Drive to Survive”)에서는 F1 스포츠 산업의 가장 큰 후원자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셜(PMI)과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의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으며, 해당 프로그램이 10억 분 이상 스트리밍됨으로써 젊은 시청자에게 F1과 함께 담배업계 브랜드가 광범위하게 노출되었다.
또한 담배업계는 담배 규제 정책 강화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약화시키고 잘못된 정보와 허위 정보를 퍼뜨리기에 유용한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스냅챗, 페이스북, 디스코드 등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마케팅 도구로 적극 활용 중이다. 담배업계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통해 소셜 미디어 사용이 일상화된 청소년과 젊은 성인층이 전자담배와 가향담배 사용을 옹호하고 담배의 중독성과 위험성을 낮게 평가하도록 유도한다.
최근의 연구들은 이러한 담배업계의 미디어 마케팅 전략, 특히 청소년과 젊은 성인층의 디지털 미디어에서의 흡연 및 담배사용 장면 노출이 담배사용 시작 확률 증가에 대한 증거들을 일관되게 보고하고 있다. OTT 등 스트리밍 서비스의 담배 장면에 노출된 청소년과 젊은 성인의 경우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시작 확률이 세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셜 미디어에서의 담배업계 홍보콘텐츠와 담배 및 니코틴에 대한 정보에 노출된 청소년의 담배사용 확률은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두 배로 높아진다.
이러한 경향은 담배업계가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초국경적 담배마케팅을 적극적으로 강화함에 따라 뚜렷해지고 있다. 담배업계는 언론을 통해 담배업계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담배업계를 옹호하는 연구를 후원하는 등 담배업계에 대한 긍정적 대중 인식을 형성하고 규제를 회피 또한 완화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 및 대중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이행한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지난 몇 년 동안 미디어 콘텐츠 내 담배 제품 및 담배사용 장면과 담배업계의 미디어를 이용한 직·간접적 광고·판촉·후원 활동에 대한 조사·감시를 수행해 오고 있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드라마와 영화, 웹툰(webcomics) 및 1인 미디어 등 다양한 오락매체 속에서의 담배 묘사의 노출 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TV와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 플랫폼보다 OTT를 비롯한 디지털 통신 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오락매체 속 담배 묘사가 빠르게 증가하였으며, 전체 연령 및 12세~19세 사이의 청소년이 시청 가능한 연령 등급에서도 담배·흡연 장면의 묘사가 빈번하게 나타났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미디어 제작자들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TV 등 제작사, 작가·감독, 언론, 국내 및 다국적 디지털 미디어 통신 제작사, 1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 그리고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및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지난 2년 동안 수 차례의 논의 끝에 디지털 미디어 통신 플랫폼을 포함한 모든 미디어 플랫폼에서 담배 묘사 감소에 대한 미디어 업계의 인식 제고를 촉구하는 ‘아동·청소년을 위한 미디어 제작·송출 가이드라인’을 도출하였다. 이 가이드라인은 디지털 미디어의 이용에 익숙한 청소년과 청년층을 담배회사의 마케팅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미디어 제작자 등의 인식과 역할을 제고하고, 나아가 정책적 대응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직간접적인 담배 광고·판촉·후원(TAPS) 활동 및 지원을 금지하기 위한 정책적·입법적 노력을 강화하여 담배규제기본협약 제13조와 가이드라인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초국경적 디지털 미디어 통신 플랫폼을 이용한 담배 마케팅이 청소년·청소년층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인터넷과 미디어 플랫폼 내 담배 마케팅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 외에도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거나 이용자의 인식을 오도할 수 있는 허위 정보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시민 사회의 적극적 참여와 감시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미디어 콘텐츠에서 담배 노출을 차단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규제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WHO를 중심으로 국제 공조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또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