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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회사에게 담뱃갑은 굉장히 중요하다. 단순히 담배를 담는 기능을 넘어 담배제품과 담배회사를 알리는 광고 기능을 가지기 때문이다. 담뱃갑은 진열되고 구매자가 가지고 다니는 시간 동안 그 자체로 광고효과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장점을 알고 있는 담배회사는 오래전부터 담뱃갑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이용해 왔다. 특정 색상이나 그림을 보면 담배 브랜드가 떠오르도록 디자인을 했으며 제품 매력도를 높이고 시선을 끌기 위해 다양한 색상과 형태로 만들어 지속 출시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담뱃갑이 담배 사용의 호기심을 높이고 금연 의도를 낮추며 담배 사용량 역시 증가시킨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 때문에 담배규제 전문가들은 담배 포장 규제 정책이 담배 소비 억제와 청소년의 호기심 차단, 건강 위해성 정보 제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꼽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이하 WHO FCTC)에서도 담뱃세 부과, 담배광고·판촉·후원의 포괄적 규제 등과 같이 가장 비용 효과적이고 중요한 정책 중 하나로 담배 포장 규제 정책을 꼽고 있다.

 

우리나라는 WHO FCTC를 2005년에 비준한 뒤 다른 나라에 비하면 비교적 늦게 담뱃갑 건강경고 표기 의무화 정책을 도입했다. 2016년 12월, 오랜 입법 노력 끝에 제1기 담뱃갑 경고그림 및 경고문구 표기가 시작되었고 2년마다 건강경고 효과 평가를 통해 신규 개발 및 교체를 실시하여 현재 제3기 담뱃갑 경고그림 및 경고문구를 시행 중에 있다. 초기 시작단계를 지나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과학적 근거 기반의 경고그림·문구 개발 노력과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 경고그림 표기 의무화로 WHO FCTC에 기반한 정책 우수 이행 사례로 국제사회에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담배 포장 규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담뱃갑 건강경고 표시 대상과 면적, 내용에 대한 몇 가지 고민과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로, 진화하는 담배제품과 담배 마케팅에 대응하기 위해 담배 사용 효과를 낼 수 있는 제품과 담배 사용을 위해 고안된 제품에는 건강경고를 표기하도록 대상을 확대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대다수의 담배 사용자가 궐련을 주로 사용하였고 담뱃갑이란 단어를 들으면 궐련제품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이제는 초점을 달리해야 한다. 연령별, 성별 등 특성에 따라 담배 사용 행태가 눈에 보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궐련 초점에서 벗어나 더욱더 적극적으로 다른 종류의 담배제품에도 건강에 대한 정보와 담배제품의 감춰진 진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수입제품이 많은 각련, 엽궐련, 머금는 담배 등의 담배제품에도 건강경고 표기가 적절히 되고 있는지 모니터링이 되어야 하며 담배유사제품, 전자담배 기기장치에도 건강경고 표기가 되어야 한다. 최근 전자담배 시장이 확대되면서 연초의 줄기 및 뿌리니코틴 및 합성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이 확대되고 있으나 건강경고 표시 의무화는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고,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을 가열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에 대해서도 건강경고 표시를 못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담배제품, 담배 사용을 위한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법상 담배제품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따라 어떤 제품은 건강경고가 표기되어 있고 법상 사각지대에 있는 제품은 표기가 안 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와 우리나라 정부의 담배규제정책 신뢰도를 낮추고 담배 사용에 대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담배 사용 효과를 내기 위한 목적의 제품은 그 외의 목적에서는 불필요하고 그 가치가 무의미하므로 건강경고를 표시하여 경각심 제고와 건강 위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둘째는 담뱃갑 건강경고 면적이 지금보다 확대되어야 한다. 앞서 기술했던 바와 같이 담뱃갑 자체가 광고판 기능을 한다. 따라서 광고 면적을 줄이고 담배 사용의 폐해, 담배제품 속 숨겨진 진실을 알리기 위해 면적을 늘려야 한다. 광고 면적은 줄이면 줄일수록 좋고 진실을 알리는 정보 면적은 늘리면 늘릴수록 좋다. 우리나라는 담뱃갑 전체 면적의 50%에 건강경고를 표기하고 있고 경고그림 표기는 30%에 불과하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건강경고 면적은 31위로 작은 면적을 가지고 있으며 하위권에 있다. 경고그림이 더욱 직관적이고 명료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경고그림 표기 면적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셋째는 건강경고 메시지가 모두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 개발 및 개선되어야 한다. 물론 지금도 경고그림과 문구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전문가와 함께 논의와 협의를 거치고, 수많은 정책과 연구 모니터링을 통해 과학적 근거가 명확한 내용,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건강 메시지를 선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더 높은 효과성을 위해 모두에게 해당될 수 있는 보편적인 메시지뿐만 아니라 목표 시기와 대상에 맞는 메시지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24개월 주기로 건강경고를 교체하는 만큼 담배 접근과 사용에 있어서 취약계층, 담배로 인해 대두되는 사회문제, 가장 높은 수준과 새롭게 발견된 건강문제 등을 개발단계 시부터 검토하고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가적으로 노력을 집중해야 하는 대상과 영역을 결정하고 건강경고 메시지도 개발한다면 더욱 완성도 있는 담배규제정책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궁극적인 방향은 담배 포장의 재질, 형태, 색상 등 디자인을 규격화하는 광고 없는 표준 담뱃갑(Plain Packaging) 정책을 우리나라도 도입하고 시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광고 없는 표준 담뱃갑은 건강경고그림 및 문구와 함께 시행되면 담배의 매력도를 낮추는 데 더욱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최근 청소년 및 젊은 성인층, 여성 등의 시선을 끌기 위해 디자인되는 작고 화려한 담배제품,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필수품을 모티브로 만들어져 담배인지 아닌지 구분조차 어렵게 하는 담배제품을 관리할 수 있다.

 

최근 많은 논의와 결정들이 담배규제를 통한 공중보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도 광고 없는 표준 담뱃갑 정책이 상표법 위반이나 지적재산권 침해가 아니라고 결정했고 호주 등 담배 포장 규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국가에서도 담배회사의 소송으로부터 승소하였다. 또한 WHO FCTC 제8차 당사국 총회에서도 신종 담배제품을 위해 디자인된 기기장치에도 담배규제 적용을 권고하였다.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담배 포장 규제를 위해 담뱃갑 경고그림을 가리는 행위 금지, 담뱃갑 경고그림 면적 확대, 광고 없는 표준 담뱃갑 도입, 전자담배용 전용기구(장치)에 경고그림 및 경고문구 표기를 골자로 하는 여러 법안이 이미 발의되어 있다. 담뱃갑 경고그림 표기 의무화 정책이 시행된 지 어느덧 5년이 넘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발전은 매우 더디다. 이제 담뱃갑을 더 이상 광고 도구가 아닌 진실을 알리는 도구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 진지한 논의와 단호한 결정, 그리고 실행으로 이어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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