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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 해로운 담배는 없다. 담배는 담배다. ┃

덜 해로운 담배는 없다.
담배는 담배다.

담배가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교육하고 있으며, 흡연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담배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개선하고,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담배업계에서는 위해감축(Harm reduction)이라는 전략을 활용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담배의 위해감축이란 담배의 형태에 따라 위험도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새로운 형태의 담배는 기존의 궐련보다 덜 해롭다고 홍보함으로써 판매량을 늘리려는 판매 전략이다.1) 담배의 위해감축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전자담배다. 전자담배는 크게 궐련형과 액상형으로 나뉜다. 궐련형은 연초 및 연초 고형물을 전자장치를 사용해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흡입하는 형태이고, 액상형은 니코틴 용액을 전자장치를 사용해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흡입하는 형태로 두 가지 모두 흡연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든 담배이다.2) 대부분은 이렇게 두 가지 형태로 제조되지만, 최근 들어 워낙 다양한 형태의 신종담배와 담배유사제품이 등장하고 있어 법상 담배의 정의나 구분에 따른 분류가 쉽지 않다. 전자담배 업체들은 앞에서 소개한 위해감축 전략의 일환으로 전자담배와 궐련 (일반담배)의 차이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열을 가하는 온도,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액상 성분 등에 따라 덜 위험한 전자담배가 있으며, 이를 이용해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의 주장은 대중들에게 별다른 이견 없이 전달되어 ‘전자담배’하면 덜 위험한 담배로 인식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묘사되는 전자담배 역시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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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부당거래’ >

 

2010년 개봉한 영화 ‘부당거래’에서는 아주 짧게 흘러가는 장면이지만, 주인공 최철기(황정민)가 일을 맡긴 장석구(유해진)에게 담배를 권하자, 석구는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대사와 함께 전자담배를 품에서 꺼내든다. 전자담배가 금연을 상징하는 보조제로 인식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이 같은 장면은 드라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9월에 방영된 JTBC 드라마 ‘18 어게인’에서 정다정(김하늘)은 남편인 홍대영(윤상현)을 위해 전자담배를 선물로 준비한다. 건강을 위해 담배를 멀리해 온 대영을 위해 준비한 깜짝 선물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전자담배는 미디어에서 일반담배보다 중독성이나 유해성이 덜한 제품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SBS ‘편의점 샛별이’홈페이지

 

<출처 : 드라마 ‘18 어게인’>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일반담배보다 낮다는 주장은 국외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독일연방위해평가원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배출물질을 연구한 결과, 일반담배 보다 주요 발암물질인 알데히드는 80~95%, 휘발성 유기 화합물은 97~99% 적게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영국공중보건국에서도 ‘전자담배는 흡연보다 약 95% 덜 유해하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일본 국립보건의료과학원은 ‘일반담배 대비 전자담배는 담배 특이 니트로사민이 5분의 1, 일산화탄소는 100분의 1만 발생한다.’고 분석했다.3)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를 위해 저감 담배제품으로 인정한 바 있다.4)
이처럼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것이 과연 사실일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전자담배의 유해성 저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8년 6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분석 결과를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이 일반담배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2개 제품의 경우 타르의 함유량이 일반담배보다 높게 검출되었는데 이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 다른 유해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5) 보건복지부는 2019년 10월 23일,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하며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권고하기도 했다.6) 세계 보건기구(WHO) 역시 마찬가지이다. 2020년 1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자담배를 직접 사용하는 사람은 물론, 그 에어로졸에 노출되는 사람에게도 해를 끼친다고 지적 했다. WHO는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는 없지만 반대로 인체에 해가 된다는 명백한 증거는 있다고 강조했다.7) WHO는 미국 FDA의 위해저감 담배제품 인정에도 우려를 표명하며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8)
지난 2019년 11월, 대한폐암학회에서 신종담배의 안전성 평가를 발표한 강남세브란스 병원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평가절하 하는 이들이 주요 근거로 활용하는 ‘전자담배는 일반담배 대비 95% 안전하다.’는 주장 이었다. “이 말은 2014년 너트(Nutt) 연구진이 이끈 연구에서 나왔는데, 문제는 이 연구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가 아니라 패널들을 모아놓고 그들의 주관적인 견해를 종합한 의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9)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의 대체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전남의대 호흡기내과 김유일 교수는 “신종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된다거나 안전하다는 근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 미국질병관리본부, 세계의학 협회 등의 보건 및 의학 관련 기구는 전자담배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전자담배가 안전한 담배가 아니라는 것이 전 세계 담배 규제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라며, “전자식흡연욕구저하제의 경우도 액상 및 기체상 성분 분석 결과 전자담배와 다른 점이 별로 없었고,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분석에서는 조사대상 5개 전자흡연욕구저하제 중 2개 제품에서 니코틴이 검출됐다”라고 지적했다.9)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여러 이견이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4월 10일, 2019년 흡연자들의 흡연행태 변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총 3,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함께 피우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이들의 소변 내 니코틴, 발암물질 등이 일반담배만 흡연하는 이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검출되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신종전자담배도 일반담배와 유사한 수준의 중독성이 있고, 발암물질 노출 등 건강위해 측면에서도 일반담배와 유사하다.”라고 했다.10) 2020년 10월 에는 보건복지부에서‘사용중단 권고’조치를 유지하고, 그간의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 관리대책 추진실적을 발표했다. 세포와 동물을 이용한 실험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속 일부 성분의 독성이 확인됐고, 액상형 전자담배 성분 중 프로필렌글리콜과 글리세린, 가향물질의 경우 일부 농도에서 세포 생존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필렌 글리콜과 글리세린은 용매제로 사용되는데 국내에 유통되는 112개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에서 모두 검출됐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폐 손상 유발물질로 지목한 물질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실험동물을 이용한 흡입시험에서 3.125mg/kg 이상 투여했을 때 호흡기계 독성이 나타났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가향물질의 첨가 금지를 위한 입법 추진, 담배의 유해성분 제출·공개 의무화 등 법 제도를 개선하고,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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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올레마켓 웹툰‘냄새를 보는 소녀’>

<출처 : 영화 ‘패션왕’>

 

“아니야. 이건 달라. 냄새도 다르잖아.”전자담배 사용자들은 끊임없이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구별 지으려 노력한다. 전자담배에서는 역한 냄새나 연기가 나지 않는다며 금연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도 있으며, 드라마나 영화에 묘사된 것처럼 금연보조제의 일종으로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담배는 담배일 뿐이다. 건강에 덜 유해하다는 잘못된 정보를 위안 삼고 있지는 않은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 Global state of tobacco harm reduction. (2020). Tobacco harm reduction and the right to health.
2) 국가법령정보센터.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제27조의2(담배의 구분).
3) 뉴스1 보도자료. (2019.6.21.). “전자담배도 똑같은 담배?”... 해외선 유해물질 감소 인정.
4) 미국 FDA 보도자료. (2020.7.7.). “FDA Authorizes Marketing of IQOS Tobacco Heating System with ‘Reduced Exposure’ Information”.
5) 식품의약품안전처 보도자료. (2018.6.7.). “담배 타르, 일반담배보다 궐련형 전자담배 더 많아”.
6)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19.10.23.).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강력 권고”.
7) 연합인포맥스 보도자료. (2020.1.23.). WHO “전자담배, 인체에 명백히 해롭다.”.
8) WHO. (2020). WHO statement : WHO statement on heated tobacco products and the US FDA decision regarding IQOS(2020.7.27.).
9) 메디칼타임즈 보도자료. (2019.11.23.) “전자담배 위험성 경고하는 폐암학회...위해성 일반담배 수준”.
10)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보도참고자료. (2020.4.10.). “신종전자담배 흡연행태, 금연과 건강에 전혀 도움 안돼”.
11)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20.10.4.).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대책 추진실적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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