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의 흡연을 부추기는 미디어 속 무분별한 흡연 장면 ┃
청소년의 흡연을 부추기는
미디어 속 무분별한 흡연 장면
지난 8월, 낮지 않은 시청률로 막을 내린 ‘편의점 샛별이’는 시작부터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1회 시작 시점에서 주인공인 샛별이(김유정)는 고등학생이지만 성인인 최대현(지창욱)에게 아무렇지 않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고, 골목 계단에 앉아 친구 들과 스스럼없이 담배를 피운다. 물론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모자이크로 처리되었 지만, 교복을 입고 이 같은 행동을 했다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되었다. 마치 흡연이 일탈 청소년들에게 일상인 것처럼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편의점 샛별이라는 드라마는 15세 이상 관람가로 분류되어 가족극을 표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소년들은 물론,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는 부적절한 장면이라는 민원이 많았다. 1)
< SBS ‘편의점 샛별이’홈페이지 >
청소년들의 흡연이 미화되는 장면은 드라마뿐만이 아니다. 영화의 경우에는 사태가 더욱 심각하고, 청소년들이 즐겨 보는 웹툰에서는 문제가 더더욱 심각하다. 네이버 웹툰에서 항상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외모지상주의’에서는 불량 청소년들의 모습이 흡사 조직 폭력배처럼 묘사된다. 이들은 일상적으로 담배를 피우고, 흡연을 하며 범법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이와 같은 기조는 학생들이 주인공인 웹툰 전반에 걸쳐 드러나 있다.
<네이버 웹툰 ‘복학왕’157화> <네이버 웹툰 ‘언원티드’ 16화>
<네이버 웹툰 ‘복학왕’157화>
<네이버 웹툰 ‘언원티드’ 16화>
전통 TV 매체에 비해 규제가 덜한 SNS나 유튜브의 경우는 실태가 더욱 심각하다. 대부분의 정보를 SNS를 통해 얻는 청소년들에게 SNS는 무분별한 흡연 정보를 전달 하고 있다. 유명 BJ, SNS 스타들이 자신들의 개인 계정에 어떤 경고문구도 없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 혹은 담배 연기로 묘기를 하는 모습을 버젓이 올려놓는다. 일부 BJ들은 담배 맛 리뷰라는 이름으로 개인방송을 진행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콘텐츠를 접한 학생들은 당연히 담배 맛, 혹은 담배 묘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흡연 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 전자담배 시연 유튜브 장면 >
2019년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는 미디어에서의 담배 및 흡연장면 등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미디어 내 담배제품 노출 및 흡연 장면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 마련을 위하여, 2018년 7월부터 2019년 6월 기간 내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매체 중 인기가 많았던 드라마 23개 작품, 영화 67개 작품, 네이버 및 다음의 웹툰 41개 작품, 담배 관련 유튜브 영상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2) 그 결과, 4개 매체 모두 담배제품이나 흡연 장면이 자주 등장하였으며, 특히 최근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웹툰에서의 담배제품 노출 및 흡연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별 최빈도 노출 영상물은 악인전(영화), 라이프 온 마스(드라마), 주말 도미 시식회(웹툰), Deer Deer(유튜브 채널)로 조사되었다.
< 표 1 > 미디어 내 흡연 장면 등장 실태조사 주요 결과
< 표 1 > 미디어 내 흡연
장면 등장 실태조사 주요 결과
조사대상 텔레비전 드라마의 52.2%(23작품 중 12작품), 영화의 46.3%(67작품 중 31작품)에서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등장하였고, 담배·흡연 장면이 등장한 텔레비전 드라마 12편 모두 청소년이 시청할 수 있는 드라마(15세 이상)였다. 4개 매체 중 흡연 장면 등장 비율이 가장 높았던 웹툰의 경우, 주요 포털사이트(네이버, 다음)에 연재된 41개 작품(총 연재편수 9,384편) 중 29개 작품(70.7%)의 202편(9.4%)에서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등장하였다. 담배 및 흡연 장면이 있는 작품 대부분(29작품 중 27작품, 93.1%)이 12세, 15세 이상 관람가로 청소년이 접근 가능하였으며, 흡연 장면에 등장한 흡연자는 성인인 경우가 과반 수 이상이었지만 청소년의 흡연이 직접적으로 표현된 경우(고등학생 42회(24.1%), 중학생 7회(4.0%))도 있었다. 유튜브*의 경우, 대부분이 담배제품의 구매 또는 사용 방법 등을 제공하는 영상으로, 이 중 97.6%(537개)는 전체 이용가로 청소년도 이용할 수 있었고, 만 18세 이상은 2.4%(13개)에 불과했다.
담배제품의 소개, 사용 방법, 후기, 추천 등을 주제로 하는 550개 영상의 79.6%(438개)는 유튜버가 실제 흡연하고 있는 영상이었고, 흡연 등장 영상 중 71.3%(392회)가 타인에게 흡연을 권유하였으며, 담배 브랜드가 직접적으로 노출이 되는 경우도 42.5%(234회)로 나타나 유튜브 영상을 통한 흡연 유도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3) 드라마나 영화, 웹툰에 묘사된 흡연은 청소년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스타가 곧 우상이고, 스타의 모든 것을 따라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은 자신이 선망하는 스타의 흡연도 좋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다 극 중에서 연기자들의 흡연 장면은 멋있고, 분위기 있게 묘사되기 마련이다. 잘생기고 아름다운 연기자들의 흡연에 자신의 모습을 대입하면서 흡연을 시도하는 청소년들이 꽤 많다. 학원물 웹툰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웹툰 콘텐츠는 학생들이 공감할 법한 등장인물을 내세워서 그들의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등장인물에 감정이입하기 쉬운 청소년들은 등장인물들의 흡연 장면에까지 감정이입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2018년 보건복지부가 서강대학교와 함께 디지털 미디어 속 흡연 장면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를 분석한 바 있는데, 이 논문에 나타난 청소년들의 발언이 꽤 충격적이다. 청소년들 대다수는 이미 드라마나 영화, 웹툰, 유튜브를 통해 담배와 흡연을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었다. 담배 관련 콘텐츠를 본 여고생 한 명은 “저는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어요. 담배 피우고 싶어서.”라며 감상을 말했고, 좋아하는 연예인의 흡연 장면을 보면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중학생도 있었다. 개인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무분별하게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흡연 장면을 시청하고 있었고, 이것이 흡연 습관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4) 미디어 속 흡연 장면으로 인한 폐해가 이토록 심각하지만, 정작 마땅한 규제책은 마련 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아예 청소년 관람가 콘텐츠에서는 흡연 장면 자체가 노출되지 않도록 등급 기준에 명시해 놓았다.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 협약(FCTC)에서도 미디어에서 무분별하게 흡연 장면을 노출시키지 않을 것을 권장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대중매체에서 묘사되는 흡연 장면을 규제할 구체적인 법안이 없는 상태다. 드라마나 영화는 지상파 측의 자율적 규제에 맡겨놓고 있으며 유튜브나 웹툰, SNS는 아무런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5) 일부에서는 흡연 장면을 묘사하는 것 역시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에 이를 제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성인들에게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임도 있다. 흡연이 청소년의 성장을 방해하고, 건강에 유해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표현의 자유도 존중받아야 할 권리이지만, 아동 청소년이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라면 담배나 흡연 장면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 직한 길이라 생각된다.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담배 및 흡연 장면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자율규제를 통해 노출을 최소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미디어 종사자(창작자, 제작자, 송출자 등)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6)
<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 < tvN ‘굿와이프’ 홈페이지 >
<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
< tvN ‘굿와이프’ 홈페이지 >
1) 데일리안 보도자료. (2020.6.20.). “오피스텔 성매매, 미성년자 흡연... ‘가족극’ 표방 ‘편의점 샛별이’는 어디로”.
2)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 (2019). 미디어 내 담배 마케팅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
3) 세계일보 보도자료. (2019.4.23.). “툭하면 흡연장면... ‘담배 못 끊는 미디어’”.
4) 서강대학교, 보건복지부.(2018). 디지털 미디어 속 흡연장면 실태파악과 콘텐츠별 청소년에 미치는 파급효과 분석 및 정책 제언.
5) 뉴시스 보도자료. (2014.3.2.). “영화 속 흡연 장면 많이 본 청소년, 흡연율 39배 증가”.
6) 중앙일보 보도자료. (2018.3.6.). “영화도, 만화도 담배에 노출... 웹툰 3개 중 1개 흡연 묘사”.
발행일 : 2020년 9월 | 발행인 : 조인성 | 기획·총괄 : 김수영, 박경아 | 구성·집필 : 박은희, 공재형, 임수진
발행처 : 한국건강증진개발원(서울시 중구 퇴계로 173 남산스퀘어빌딩 24층)
Copyright 한국건강증진개발원 All rights reserved
한국건강증진개발원(서울시 중구 퇴계로 173 남산스퀘어빌딩 24층)
| TEL 02-3781-3500 | FAX 02-3781-2299
Copyright 한국건강증진개발원 All right reserved.
04554 서울시 중구 퇴계로 173
남산스퀘어빌딩 24층
| TEL 02-3781-3500 | FAX 02-3781-2299
Copyright 한국건강증진개발원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