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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1년의 성과와 과제

제2기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1년의 성과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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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3일에 우리나라 최초의 담뱃갑 경고그림이 부착된 후 현행법에 따라 24개월 뒤인 2018년 12월 23일부터는 이전의 경고그림의 효과를 지속하기 위한 새로운 2기 경고그림이 시행되어 오고 있다. 2016년의 1기 경고그림이 문구로만 알리던 담배 사용의 폐해를 그림까지 더하여 알린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면, 지난 1년간 시행된 2기 경고그림이 법으로 명시한 정기 순환을 통해 경고그림의 정책 효과를 유지 또는 강화하였는지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 담배 사용의 폐해, 경고그림으로 알리다? ┃

┃ 담배 사용의 폐해,
경고그림으로 알리다 ┃

이제는 경고그림이 없는 담뱃갑을 찾아보기가 더 힘들고 담뱃갑 위의 경고그림이 어색하지 않다. 지금은 당연한 것 같은 경고그림을 담뱃갑에 부착하는 과정은 절대 순탄하지 않았다. 1986년부터 담뱃갑에 경고문구만을 표기하고 있던 우리나라는 2015년 5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16년 12월부터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표기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2002년부터 13년간 경고그림을 도입하기 위한 입법 노력을 무려 11번에 걸쳐 추진한 바 있으며, 2014년 범정부 금연종합대책이 발표된 이후 2015년 경고그림 법안이 통과되면서도 논란이 적지 않았다. ‘지나치게 혐오스러워서는 안 된다’라는 정책 목적 자체를 저해하는 단서조항이 추가되는 일도 벌어졌고,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상단 표기 의무화에 대한 제동도 걸렸었다. 그 과정에서 정부와 시민단체, 학계는 최대한 효과적인 포장규제를 시행하기 위해 대응하였고, 최종적으로 지금의 담뱃갑 건강경고를 완성시켰다. 궐련을 기준으로 총 10종의 건강경고, 즉 경고그림과 그에 해당하는 경고문구가 모든 담뱃갑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 불과 3년 전이다.

 

최초로 시행된 1기 경고그림은 문구로만 전달하던 담배 사용의 폐해를 사진 등의 이미지와 문구를 함께 결합하여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에게 정보 전달의 효과를 높이고 보다 직관적으로 담배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개발되었다. 또한 그림을 표시하기 위해 담뱃갑에서 건강경고가 차지하는 면적이 늘어나는 등 국내에서 유통되는 담배제품의 외형에 매우 큰 변화를 가져왔다. 어렵게 도입한 만큼 정책의 성공적인 시행과 효과의 지속을 위해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제16조 제3항에서는 10개 이하의 경고그림 및 경고문구를 24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순환하여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2018년 12월 23일부터 제2기 경고그림이 부착되어 현재 대부분의 담배 소매점에 교체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2016년의 첫 번째 경고그림이 없던 그림을 추가하여 담배에 대한 정보를 알렸다면, 2018년의 두 번째 경고그림은 같은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여 국민들이 담배와 담배 사용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도록 하는 임무가 주어진 셈이다. 따라서 제2기 경고그림의 경우 1기 경고그림과 같은 주제를 다루는 경우 그림을 교체하여 2년간 동일한 그림에 반복되어 정보 전달과 경각심 제고라는 정책 효과가 희석되지 않도록 하였으며, 1기 경고그림에서 다룬 주제 중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주제의 경우 과감하게 새로운 주제로 교체하여 대중들이 담배 사용으로 인한 새로운 정보를 알아갈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2017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된 궐련형 전자담배라는 새로운 형태의 담배제품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기 위해 기존의 액상형 전자담배나 궐련에 부착하는 경고그림이 아닌 궐련형 전자담배의 제품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경고그림을 개발하였다. 다시 말해 1기 경고그림의 효과를 지속할 수 있는, 더 나아가 1기 경고그림보다 더 큰 효과를 낳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제2기 경고그림인 셈이다.

 

 

┃ 제2기 경고그림, 성공적 교체 성과 보여 ┃

┃ 제2기 경고그림,
성공적 교체 성과 보여 ┃

제2기 경고그림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에서는 먼저 제1기 경고그림에서 제2기 경고그림으로 교체되기 전과 교체된 이후의 두 차례에 걸쳐서 성인과 청소년에게 경고그림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성인과 청소년 모두 교체 이후(2차 조사) 경고그림의 효과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흡연의 건강 위험성 경고’, ‘비흡연자의 비흡연 유지 의향’, ‘흡연자의 금연결심 유도’ 효과 중에서도 비흡연자의 ‘비흡연 유지 의향’에 대해 가장 크게 효과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응답하였다. 이는 지난 2년간 사용되면서 반복 노출에 따라 정보 전달과 경각심 제고라는 효과가 떨어진 담뱃갑 경고그림을 정기적 순환을 통해 정상화시킨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실제로 교체된 경고그림과 문구가 이전의 경고그림과 문구보다 담배 사용의 폐해를 더 잘 전달하여 흡연자의 금연과 비흡연자의 비흡연 유지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새로운 경고그림과 문구가 교체의 과정을 통해 담뱃갑 경고그림이라는 정책 본연의 효과를 유지하는 점에서는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볼 수 있다.

 

| 표 1 | 경고그림・문구 교체 전후(1・2차 조사) 비교 결과

| 표 1 | 경고그림・문구 교체 전후(1・2차 조사)
비교 결과

표1/경고그림・문구교체전후(1・2차 조사)비교결과
표1/경고그림・문구교체전후(1・2차 조사)비교결과
*(전체) 흡연의 건강 위험성 경고: 전체 응답자 대상으로, 경고그림이 흡연으로 인한 건강 위험성을 알리는 데 효과적인지 설문
(비흡연자) 비흡연 유지 의향: 비흡연자 대상으로, 경고그림을 보고 앞으로도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는지 설문
(흡연자) 금연결심 유도: 흡연자 대상으로, 경고그림을 보고 금연을 결심한 적 있는지 설문

 

그렇다면 1기 경고그림과 2기 경고그림을 직접 비교하면 어떠할까? 1기와 2기 경고그림 중 궐련에 부착되는 10종의 경고그림을 주제별로 함께 제시하여 경고그림의 금연 및 흡연예방 효과를 비교해 보았다. 이때의 효과란 흡연자가 담배를 끊게 하거나 비흡연자가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하는 데 1기 경고그림과 2기 경고그림 중 어느 것을 더 효과적이라고 인식하는가를 알아보는 것으로 측정하였다. 5점 척도에서 5점에 가까울수록 2기 경고그림 효과성이 1기보다 더 우수하고, 1점에 가까울수록 2기보다 1기가 더 우수하며, 3점에 가까울수록 효과성이 비슷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그 결과 폐암을 제외한 9개 주제에서 1기보다 2기의 금연 및 흡연예방 효과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기 경고그림 중 효과가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던 피부노화 주제는 2기 경고그림을 개발하면서 치아변색으로 교체하였는데, 이 부분에 대한 1기 대비 2기 경고그림의 효과를 매우 우수하게 응답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결과 역시 2기 경고그림이 1기 경고그림의 효과를 유지한다는 최소한의 정책 목적은 달성함과 동시에 1기 경고그림의 미흡점을 개선 및 보완하여 정책 효과를 보다 강화하는 데에 기여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 표 2 | 1기 vs. 2기 경고그림 비교 평가

| 표 2 | 1기 vs. 2기 경고그림
비교 평가

표2/1기vs.2기경고그림비교평가
표2/1기vs.2기경고그림비교평가

 

 

┃ 2기 경고그림의 성과와 숙제 ┃

┃ 2기 경고그림의
성과와 숙제 ┃

사실 담뱃갑 경고그림은 담뱃세 인상이나 금연구역 지정과 같이 제도의 시행 직후 바로 흡연자의 담배 소비에 영향을 주는 정책이 아니다 보니 단기적인 정책 효과 진단이나 평가가 어려운 담배규제 조치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알려진 담뱃갑 경고그림의 효과는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담배와 담배 사용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해가 행동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담배 소비 감소라는 결과로 나타나기까지 장기적인 관리와 모니터링이 필요한 정책이다.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에서 담뱃갑 경고그림을 비용효과적인 담배규제 조치 중 하나로 선정한 것은, 경고그림을 부착함으로써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담배광고와 담뱃갑 디자인을 통한 담배업계의 마케팅 효과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매점 내담배제품 진열이 금지되지 않는 국가에서는 경고그림을 통해 제품 진열로 인한 홍보 또는 구매 유인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 즉, 담뱃갑 경고그림 정책은 단순히 특정 제품의 포장지에 소비자를 위한 정보를 표기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이다.

 

2기 경고그림이 24개월 만의 교체 과정을 통해 1기 경고그림 이상의 금연과 흡연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것은 분명 2기 경고그림이 정기적 순환이라는 정책 의도에 따라 잘 관리되고 운영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앞으로 계속 정기적인 효과 평가와 검토, 순환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담뱃갑 경고그림 제작과 개발의 틀을 갖추었다는 점에서도 성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담뱃갑 경고그림은 단순히 제품의 포장지에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표기하는 것 이상의 목적을 갖고 이를 달성하도록 개선이 되어야 하는 정책인 만큼, 2기 이후의 담뱃갑 경고그림을 위해서는 이러한 측면의 고민이 필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고그림의 면적 확대이다. 2016년에 경고그림을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기존에 경고문구로만 담뱃갑 앞・뒤 면적 하단의 30%를 차지하던 건강경고가 문구에 그림이 결합되면서 전체 면적은 50%로 확대되고 위치는 담뱃갑 상단으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이는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이하 WHO FCTC)에서 권고하는 최소 수준에 그친다. 게다가 현재의 담뱃갑 앞뒷면에 부착되는 경고그림 면적의 평균을 기준으로 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경고그림을 도입한 30개국 중 우리나라가 28위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작은 편이다. 국가금연지원센터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 성인의 87.3%, 청소년의 93.0% 역시 담뱃갑 경고그림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현행 기준인 포장면적 50%보다 면적이 더 넓어져야 한다고 응답한 것을 보면 더 큰 면적의 경고그림 부착 필요성에 대해 이미 대부분이 인정하고 있다.

 

| 표 3 | 효과적인 담뱃갑 경고그림・문구 표기면적에 대한 생각

| 표 3 | 효과적인 담뱃갑 경고그림・문구
표기면적에 대한 생각

표3/효과적인담뱃갑경고그림・문구표기면적에대한생각
표3/효과적인담뱃갑경고그림・문구표기면적에대한생각

 

WHO FCTC는 경고그림의 효과가 크기에 비례한다는 근거에 따라 경고그림이 담뱃갑 주요 면적을 최대한 많이 차지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권고한다. 경고그림의 면적이 클수록 더 잘 보이기 때문에 경고그림의 가독성을 높여 경고그림이 전달하고자 하는 담배 사용으로 인한 폐해에 대한 정보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효과와 더불어 담뱃갑 포장 디자인으로 인해 소비자가 담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호기심을 갖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담뱃갑에 모든 판촉적 요소를 금지하고 모든 담배제품의 포장디자인을 표준화하는 무광고포장의 도입 역시 향후 지속적인 담뱃갑 경고그림 조치의 관리와 시행에서 반드시 검토되고 고려되어야 하는 조치 중 하나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5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 근절을 위한 금연종합대책’에서 담뱃갑 경고그림의 면적을 75%로 확대할 것과 무광고포장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행보로 볼 수 있다.

 

 

┃ 담뱃갑 경고그림, 이제부터 시작이다 ┃

┃ 담뱃갑 경고그림,
이제부터 시작이다 ┃

제2기 담뱃갑 경고그림은 우리나라가 13년 만에 도입한 담뱃갑 경고그림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법에서 요구하는 정기적 순환을 통한 정책 효과 지속의 체계를 마련했다는 측면만 보더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담배규제 정책이 그렇듯 경고그림 역시 당장의 성과나 효과만을 놓고 정책의 성패를 논의해서는 안 된다. 특히 담뱃갑 경고그림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하는 비흡연자가 흡연을 시작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효과가 더욱 큰 만큼 제3기, 그리고 그 이후의 담뱃갑 경고그림은 당장 1, 2년 후가 아닌 10년, 20년의 장기 효과에 무게를 두고 고민되어야 한다. 위에 제시된 면적 확대나 무광고포장 역시 정책 도입의 시기보다 정책 도입 후 실제 시행력과 실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다른 담배규제 정책과의 상호보완적 관계뿐만 아니라 담배업계와 시장의 변화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담뱃갑 경고그림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의 성과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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