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유통되는 궐련 10개비 중 1개비가 불법거래에 의한 것이라는 통계 수치에 비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담배 불법거래는 다양한 담배 관련 사회・경제적 사안 가운데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반면 국제사회는 지난해 9월 논의 시작 10년 만에 담배 불법거래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조약을 발효시키고 본격적으로 불법담배 근절을 위한 노력에 착수하였다.
| 담배 불법거래란? |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이하 WHO FCTC)에 따른 불법거래의 정의는 “법으로 금지된 생산, 수송, 수령, 소지, 유통, 판매 또는 구매 등과 관련된 모든 관행 또는 행위를 의미하며, 해당 활동을 조장하는 모든 관행 또는 행위”이다. 즉, 허가되지 않은 담배제품의 제조, 위조, 밀수 등의 기타 불법적 유통이 모두 이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담배제품 불법거래의 대표적 유형은 아래와 같이 개인 차원의 소규모 단위에서부터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대규모 불법거래까지 그 종류와 규모는 다양하지만, 모두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행위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 표 1 | 담배제품 불법거래의 주요 유형
WHO에서는 담배제품의 불법거래가 근절되어야 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법적으로 허가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 및 제조된 담배제품은 어떤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혹은 어떤 재료가 사용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만큼 이로 인한 건강 폐해를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둘째, 담배제품이 불법적으로 유통 및 거래되는 만큼 정상적으로 납부되어야 하는 담뱃세가 누락되고 이로 인해 정부의 재정 손실이 초래된다. 마지막으로 담배제품 불법거래는 사회・안보적 폐해로도 이어지는데, 실제로 담배 불법거래가 마약・인신매매・무기거래와 같은 초국경 조직범죄와 연계되어 일어나며 담배 불법거래가 이들의 범죄활동 자금의 주요 출처가 되기도 한다는 연구도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담배규제 당국의 입장에서 담배 불법거래가 근절되어야 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담배제품 불법거래가 담배 사용을 줄이기 위한 다른 정책의 효과를 저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담배제품은 대체로 세금이 제대로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담배제품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담배제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담배를 구매하기 부담스러울 수준으로 담뱃세를 부과하는 것이 담배제품의 소비를 줄이는 가장 비용 효과적인 담배규제 조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담뱃세의 효과를 단번에 없애는 불법담배가 담배규제 정책에 얼마나 위협적인 요소인지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담뱃세가 제대로 부과되지 않아 값싼 불법 담배제품은 청소년이나 빈곤층과 같이 담배가격의 차이에 민감한 인구집단에게 매우 유혹적인 담배 구매경로를 제공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담배 사용의 폐해가 상대적으로 큰 집단이 담배를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하여 악순환을 심화시키게 된다. 게다가 담뱃세는 담배제품의 가격을 높여 소비를 감소시키는 효과 외에도 흡연자의 금연을 지원하고 비흡연자의 담배 사용을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재원을 마련하는 효과도 있는데, 불법 담배제품은 저렴한 가격으로 담배 소비는 조장하면서 담배 소비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한 정부 예산은 줄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실제로, 미국에서 궐련 밀수로 인해 발생한 정부 재원 손실은 매년 400~500억 달러(약 47~59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하였으며, EU 회원국 역시 매년 100억 유로(약 13조 4천억 원)가량 담배 불법거래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불법적으로 제조 및 생산되는 담배제품은 법적으로 당연히 부착되어야 하는 경고그림과 문구가 없는 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담배 사용의 폐해를 알리는 담뱃갑 포장규제의 효과 또한 저해한다.
| 국내외 담배 불법거래 현황 |
세계적 시장조사업체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에 유통되는 궐련 중 7.8%가량이 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2016년 대비 2017년 불법담배량이 큰 폭으로 감소한 중국을 제외하면 그 규모가 10.3%가 되는데, 이는 다시 말하면 전 세계에 유통되는 궐련 10개비 중 하나는 불법 담배인 셈이다. 2017년 기준 전 세계 불법담배 소비량은 4,560억 개비이며 이는 600억 달러(68조 700억 원)이상의 규모이다. 한편 이로 인한 정부 세수 손실규모는 약 400억 달러(45조 3,800억 원)로 추정된다. 문제는 2022년까지 전체 판매량 대비 불법담배량의 비율로 나타나는 불법담배비율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 표 2 | 세계 불법담배 규모
우리나라에서도 담배 불법거래가 2006년부터 지속적으로 적발되어 오고 있다. 불법거래 유형별로 살펴보면 기존에는 조직적 밀수보다는 개인의 조세회피가 주요 요인이었는데 최근에는 점차 대규모 단위의 밀수입 규모가 증가하여 전체 담배 밀수입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 표 3 | 우리나라 불법담배 규모
이러한 담배 불법거래의 폐해를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근절하고자 마련된 것이 바로 WHO 담배제품 불법거래 근절 의정서(Protocol to Eliminate Illicit Trade in Tobacco Product)이다. 담배제품 불법거래 근절 의정서는 WHO FCTC 제15조의 내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총 10개의 장과 47개의 조항으로 구성된다. 이 중 핵심 내용은 제3장의 ‘담배제품 공급망 규제(Supply Chain Control)’라 할 수 있으며, 담배제품의 허가 및 승인, 담배제품의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전반적 추적, 공급망에 참여하는 모든 대상자의 기록 보관, 불법거래 예방을 위한 조치, 인터넷을 통한 판매 포함, 자유무역지대에서의 국제운송 및 면세판매 등에 관한 조치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위법행위인 담배제품 불법거래에 대한 수사 및 기소, 불법거래 관련 정보의 공유 및 행정・사법적 공조, 범죄인 인도 등 국제협력에 관한 사항 등도 다루고 있다.
WHO FCTC 당사국 총회에서 FCTC 최초의 의정서이자 또 다른 국제조약의 내용을 다름 아닌 담배제품 불법거래 근절로 선택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WHO FCTC의 채택 목적이 담배 사용의 만연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적 차원의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국경을 무시하고 일어나는 담배 불법거래의 근절이야말로 한 국가, 한 지역의 힘이 아닌 국제적 수준으로 해결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였던 것이다. 게다가 WHO FCTC의 이행 강화로 담배의 불법적 유통이 늘어날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그 어떤 조항보다도 담배제품 불법거래에 관한 협약 제15조의 내용을 발전시킨 또 다른 국제조약의 채택이 필요하다는 WHO FCTC 당사국 간의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담배제품 불법거래 근절 의정서가 정식 국제조약으로 발효되기까지는 장장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2007년 WHO FCTC 제2차 당사국총회에 의해 설치된 정부간협상체(Intergovernmental Negotiation Body)가 2008년부터 약 4년간 5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의정서 초안을 완성하였고,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2012년 제5차 당사국 총회 첫날 전체회의에서 만장일치로 FCTC 최초의 의정서인 담배제품 불법거래 근절 의정서가 채택되었다. 그 후 의정서는 정식 국제조약으로 발효되기 위한 조건인 40개 국가의 비준까지 6년의 시간이 더 걸려 2018년 9월 25일에서야 정식으로 발효가 되었다. 현재는 총 52개국이 비준하였으며, 발효 직후인 2018년 10월에 제네바에서 의정서 비준국 간 회의인 제1차 의정서 회의(Meeting of the Parties)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WHO FCTC 당사국 중 29%만이 의정서에 비준을 하고 있어 보다 많은 협약 당사국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 표 4 | WHO 지역별 담배제품 불법거래 근절 의정서 비준율
| 표 4 | WHO 지역별 담배제품 불법거래
근절 의정서 비준율
그 중에서도 의정서가 채택된 국가인 우리나라의 비준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더욱 특별하다. 우리나라는 2013년에 담배제품 불법거래 근절 의정서에 최초로 서명한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식 비준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데, 작년에 개최된 제1차 의정서 회의에서는 국제조약의 약칭을 조약이 채택된 도시의 이름으로 하는 관례를 수용하는 차원에서 담배제품 불법거래 근절 의정서의 공식 약칭을 ‘서울 의정서(Seoul Protocol)’로 합의하는 결정문을 채택하였다. 단, 우리나라가 아직 의정서 비준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약칭의 정식 사용을 우리나라의 의정서 정식 비준 이후로 한다는 단서가 추가되었다. 우리나라의 의정서 채택이 국가 담배 불법거래 근절을 위해서뿐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지체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의정서 비준을 위한 준비가 얼마나 되어있을까? 가장 최근 제출한 WHO 국가이행보고서의 제15조 이행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13개 이행사항 중 4개 사항만을 이행하고 있어, 담배 불법거래 근절을 위한 보다 강력하고 체계적인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미 많은 국가들이 이행하고 있는 원산지 표기, 납세필증과 같은 합법적 제품 확인이 가능한 표식 부착의 조치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담배제품 불법거래 근절 의정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담배제품 유통 추적시스템의 구축을 위한 국내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준비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 표 5 | WHO FCTC 제15조 담배제품 불법거래 근절에 관한 국내외 이행 현황
| 표 5 | WHO FCTC 제15조 담배제품
불법거래 근절에 관한 국내외 이행 현황
| 담배 불법거래, 더 커지기 전에 막아야 |
| 담배 불법거래,
더 커지기 전에 막아야 |
세계은행에 따르면 궐련의 불법거래로 인해 궐련 가격이 평균 4% 하락하여 궐련 소비가 2%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이는 매년 약 164,000명이 조기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환산이 된다. 담배 불법거래의 수법이 다양해지고, 그 규모와 수준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우리나라도 불법담배 안전지대라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또한 담배 불법거래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가 간 경계를 넘나들며 일어나고 있으므로 국내적 차원의 조치만큼이나 국가 간 협력을 통한 공동의 대응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담배 불법거래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담배규제 불법거래 근절 의정서가 조속히 비준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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