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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담배규제, 재도약의 기회를 만들다

WHO 담배규제기본협약 제6차 국가이행보고서

The 6th National Progress Report on the Implementation of the WHO FCTC

우리나라는 WHO 담배규제기본협약을 비준한 2005년 이후 꾸준하게 당사국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국내 이행 현황을 점검하여 보고하고 있으며, 올해 여섯 번째 국가이행보고서가 제출되었다. WHO FCTC 국가이행보고서는 각국의 담배규제 정책 추진 성과를 FCTC라는 국제적 기준에 따라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지난 2년간 대한민국의 담배규제 정책은 얼마나 성장하였으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진단해 보자.


WHO 담배규제기본협약 제6차 국가이행보고서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이하 WHO FCTC)의 모든 당사국들은 정기적으로 협약의 국내 이행 상황에 대한 보고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당사국 총회가 개최되는 해에 맞춰 2년마다 한 번씩 제출하는 국가이행보고서는 단순히 협약 조항에 따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다는 것 이상의 의의와 가치가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자국의 담배규제 발전 상황을 객관적이고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수 있으며, 다른 국가의 담배규제 정책에 대한 최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체계이다. 세계적 차원에서는 담배규제 전반의 흐름과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써의 가치가 있다. 특히, 2005년에 정식으로 발효된 이후 총 181개 당사국의 담배규제 시행과 성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WHO FCTC 스스로의 성과 와 향후 발전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면서 필수적인 자료가 바로 국가이행보고서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 협약을 비준하여 당사국이 된 이후 지금까지 총 6차례의 국가이행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올해 3월까지 제출한 제6차 이행보고서는 2016년 4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약 2년간의 국내 WHO FCTC 이행 현황과 관련된 담배규제 추진 경과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국가금연지원센터에서는 WHO FCTC 국가이행보고서의 체계적 모니터링을 위하여 협약 주요 조항에 관한 세부문항 총 153개에 대한 우리나라 이행여부를 바탕으로 협약 이행수준을 분석하고 있는데, 현재의 이행보고 문항과 양식에 따른 WHO FCTC 주요 조항의 국내 이행률은 2014년 60.1%에서 2016년에 66.0%, 그리고 올해에는 66.7%로 점차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행률 변화폭으로만 보면 지난 2년간 우리나라 담배규제에 큰 발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이행률 산출의 기준이 되는 문항에 대한 답변이 변경된 것은 협약 제20조(연구, 감시, 정보교환)가 유일하다. 이행률 상승폭이 크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FCTC 이행보고서 기준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 담배규제 정책에 큰 변화가 없었다. 제5차 보고서를 제출한 2016년의 경우 담뱃갑 경고그림을 도입하고 그 크기를 주요 면적의 30%에서 50%로 키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채택되어 이와 관련된 협약 제11조의 이행률이 2014년 70%에서 2016년에는 90%로 크게 상승하였다. 뿐만 아니라 2015년부터 면적에 관계없이 모든 음식점에서 전면 금연 시행(제8조), 해외여행객 대상 면세 및 무관세 담배 판매 제한(제6조) 등 이행률 산출 기준 문항에 해당되는 법 또는 제도의 개선이 큰 폭의 이행률 상승을 이끌어냈다. 2018년 협약 이행률의 상승폭이 크지 않은 두 번째 이유는 지난 2년간 개선된 정책 내용들이 협약의 기본사항 이행 점검에 초점을 둔 현재의 이행보고서 양식에 반영되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모든 협약 당사국의 이행을 점검하기 위해 가장 기초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행보고서의 특성상 실질적으로는 WHO FCTC에서 요구 또는 권고하는 방향 혹은 그보다 더 선진적인 방향으로의 정책 개선이 이루어진 측면이 이행률이라는 수치에는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WHO FCTC 국가이행 보고서를 통해 지난 2년간의 국가 담배규제 정책 개선 여부를 심도 있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협약 이행률만큼이나 각 조항별 세부 정책의 변동사항이 FCTC의 기본적인 원칙과 취지에 부합하는가를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년간 FCTC 이행 개선사항

2018년에 제출된 제6차 국가이행보고서에 따른 우리나라의 협약 이행 개선 수준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행률 상승에 기여한 정책 변화는 협약 제20조 연구, 감시, 정보교환에 해당된다. 이 조항은 담배규제의 개발 및 시행을 목표로 과학적 근거 마련을 위한 당사국의 노력을 촉구하고 있으며, 총 19개 세부항목을 통해 담배소비 결정 요인, 담배사용의 결과와 사회경제적 효과 측정, 담배연기에의 노출에 관한 역학감시체계 구축 및 담배규제에 관한 법제도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에 관한 국가의 연구 촉진 여부를 점검한다. 이 중 우리나라가 전 차 보고서 대비 개선된 사항은 여성의 담배사용에 관한 연구 촉진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자가보고 형식으로 흡연율을 측정하는 방법의 한계와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여성이 스스로의 흡연 여부를 숨기는 경향이 높아 국가에서 발표하는 통계가 실제 여성 흡연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에 지난 2년간 문제 파악과 해결방안 제시를 위하여 여성 또는 임산부의 흡연 실태 조사와 이들에 대한 맞춤형 금연지원서비스 전략을 개발하는 연구가 이루어졌다. 또한, 2016년에 개최된 제7차 당사국 총회에서 우리나라가 대표 상정한 성 인지적(Gender-specific) 담배규제 개발 필요성에 관한 결정문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어 WHO 및 모든 협약 당사국에게 여성의 담배 사용에 관한 연구를 활성화하도록 촉구하였다.

 

 

이행률 상승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WHO FCTC가 요구 혹은 권고하는 방향의 정책개선 이루어진 내용을 협약 조항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WHO FCTC 제6조 담배수요 감소를 위한 가격 및 조세조치와 관련하여, 모든 담배제품에 대하여 유사한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도록 권고하는 제6조 가이드라인에 따라 2017년 5월부터 우리나라에서 판매되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올 1월부터 궐련과 유사한 수준의 담뱃세를 부과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제품 간 가격 차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으로 소비를 대체하거나 오히려 소비를 늘리는 부정적 효과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이행보고서에 따른 이행률 상승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협약이 추구하는 포괄적 담배규제 조치라는 기본 원칙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정책 개선 내용으로 뽑을 수 있다. 다음으로 협약 제8조 담배연기에의 노출로부터 보호의 이행 개선을 위하여 그간 이슈가 되었던 공동주택 및 실내체육 시설에서의 금연이 제도적으로 시행되었으며, 법의 사각지대로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던 흡연카페 역시 올해 7월 1일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공공장소 내 금연구역의 점진적 확대가 이루어졌다. 또한 2019년 1월 1일부터 유치원 및 어린이집 시설의 경계로부터 10m 이내 구역에서의 흡연이 금지됨에 따라 간접흡연의 위험에 특히 취약한 어린이들을 보호하게 된다. 제11조 담뱃갑 포장 및 라벨 분야에서는 담뱃갑 경고그림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 경고그림 부착 및 표기, 정기적 순환 등에 관한 세부 사항을 하위법령으로 규정하였고, 지속적인 업계 모니터링을 통해 안정적인 정책의 정착을 도모하였다. 또한 보건, 홍보, 교육 등 다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고그림위원회를 구성, 2018년 12월 23일부터 부착될 새로운 경고그림을 개발하였다. 한편 제16조 미성년자의 담배판매 및 구매 분야에서는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흡연 시작을 초래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규제를 위해 청소년보호법에 따른 청소년유해물건의 범위를 개정하였는데, 먼저 니코틴이 함유되어 있지 않다고 광고하지만 전자담배와 모양과 사용행위가 유사하여 청소년의 흡연을 조장할 위험이 있는 피우는 방식의 흡입제류(예, 비타민 스틱)를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지정하였다. 또한 청소년유해물건의 정의를 ‘니코틴 용액을 흡입할 수 있는 전자장치 및 부속품’에서 ‘니코틴 용액 등 담배성분을 흡입할 수 있는 전자장치 및 부속품’으로 개정하여 액상형 전자담배뿐만 아니라 궐련형 전자담배 관련 전자기기 역시 청소년에게 판매할 수 없도록 조치하였다. 특히 이러한 정책 개선사항은 협약 및 가이드라인 채택 이후 등장한 신종담배에도 협약의 기본 원칙을 적용하여 WHO FCTC 이행을 강화하도록 노력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FCTC 이행 개선이 필요한 분야

이처럼 협약에서 권고하는 바에 따라, 혹은 그보다 선제적으로 담배규제 정책 개선이 이루어진 분야가 있는 반면, 협약을 비준한 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이행이 되지 않은 기본적인 협약 요구사항들도 있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담배규제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만의 의지나 노력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여성가족부, 환경부, 농림부 등 여러 부처 간의 긴밀한 협의와 협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담배규제에 관한 국가법이 일원화되어 있지 않고, 담배규제가 범부처적 차원의 포괄적 정책 의제로 다루어지기보다는 각각의 사안별로 단편적 대응에 그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따른 필연적인 문제이다.

 

협약 조항별로 살펴보면, 먼저 담배업계 및 담배제품에 대한 정보 공개(제5조, 제9·10조)와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법 또는 제도적으로 이를 보장하는 체계가 없거나 미흡한 수준이다. 일례로 캐나다의 경우 Tobacco Reporting Regulations에 따라 담배회사는 담배 생산, 연구, 판촉 활동에 대한 보고를 정부에 제출할 의무가 있으며, 정부는 이 내용을 일반인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담배회사의 활동 전반에 대한 정보를 보건당국이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또는 감시할 수 있는 근거 자체가 전무하며, 담배제품에 대한 공개 역시 협약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부합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2~3년 동안 가향담배 제품에 대한 규제 필요성 및 가열담배의 성분을 둘러싼 논란이 담배규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을 감안하면 담배성분 규제 및 성분에 대한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의 공개를 위한 정책적 개선 노력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

 

담배광고 및 판촉 행위에 대한 제한적 조치에 그치는 것 또한 FCTC 제13조 이행 개선에 큰 걸림돌이다. 협약 제13조는 기본적으로 담배업계에서 하는 모든 형태의 직·간접적인 광고 및 판촉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특히 이 내용은 각국이 협약 비준 후 5년 이내에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조항이기도 하다. 즉, 2005년에 협약을 비준한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까지 담배 관련 광고 및 판촉 행위에 대한 전면 금지 조치를 이행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담배제품 광고는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의4와 담배사업법 시행령 제9조에 따라 품종군별 연 10회 이내로 대부분의 인쇄매체에서 진행이 가능하며, 소매점 내 광고 또한 외부에 보이게 전시 또는 부착하지 않는다는 조건만 충족하면 허용된다. 한편, 영화, 드라마 같은 대중매체에서의 흡연장면 및 제품 노출을 통한 간접광고, 게임 등에서 흡연행위를 유도하는 간접적 판촉활동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아예 전무하다. 게다가 협약에서 포괄적 금지조치의 일환으로 요구하는 것 중 하나인 담배회사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국내법상 제조업자나 수입판매업자가 소위 ‘공익사업’을 직접 또는 지원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어 협약의 내용과 완전 배치되는 부분이다. 최근 담배소매점 내 제품 광고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초·중·고등학교 주변 담배소매점에서의 담배 광고를 금지시키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기는 하나, 이 또한 단편적인 대응일 뿐 협약에서 강조하는 ‘포괄적’ 수준을 충족하기에는 미흡하다. 제13조와 마찬가지로 협약과 해당 조항의 근본적인 목적 자체가 국내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 바로 제17조 경제적으로 실행가능한 대체 활동의 지원 및 제공이다. 이 조항은 담배규제 정책의 강화에 따라 생계에 영향을 받는 담배 경작 농가나 제조·생산·유통업 종사자 대상 대체작물 개발 또는 대체 경제활동을 위한 교육 등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하여 담배제품 공급의 감소를 촉진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아닌 담배 제조업자 및 수입업자가 공익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연초농가를 지원하는 것을 법으로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담배제품에 부과되는 세금 중 하나인 연초안정화기금 역시 연초 경작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 의한 것으로 협약의 기본 정신과는 매우 거리가 먼 실정임을 알 수 있다.

 

지난 2년간 정책 개선이 이루어진 조항 가운데 동시에 개선 노력이 필요한 조항들도 있다. 먼저 제16조 미성년자의 담배판매 및 구매의 경우 청소년의 신종담배 제품 접근 가능성을 예방하고자 노력한 점을 개선사항으로 볼 수 있지만, 자동판매기를 통한 담배제품 설치를 허용하고 있는 현행법은 개선 조치가 필요한 사항이다. 물론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배자판기에 성인인증장치 부착 의무가 있긴 하나, 이들 인증장치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와 자동판매기라는 형태를 통해 담배가 청소년의 시야에 여전히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문제는 협약에 근거하여 담배자판기를 통한 판매 자체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결이 되어야 한다. 또한 제20조 연구, 감시, 정보교환에서도 지속적으로 연구가 활성화되는 분야가 있는 반면 담배 대체작물 또는 대체 경제활동에 대한 연구는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관련 조항인 제17조의 이행이 전무하다는 사실이 담배 관련 연구 주제를 선정할 때에도 포괄적 접근을 통한 협약의 성실한 이행을 추구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담배규제, 이행을 넘어 선도로

WHO FCTC 국가이행보고서는 지난 2년간 우리나라가 얼마나 담배규제 발전에 노력해왔는가를 평가하기 위한 수단임과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정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협약의 기본 의무사항조차 실천하지 못한 분야가 있는 반면 다른 당사국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수준의 정책 발전을 이루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도 있다. 이는 현재 미흡한 분야에서의 이행 노력을 가속화하고 이미 선진화되어 있는 분야에서의 정책을 더욱 견고하게 발전시킨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담배규제가 더욱 의미 있는 성장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를 위해서는 협약의 성실한 이행 의무를 다할 것과 동시에 담배규제 정책 개발의 역량을 강화하여 향후 협약의 발전을 선도하는 담배규제 선진국을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담배규제, 더 큰 성장을 위한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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