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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담배시장,
담배규제 정책의 방향은?

급변하는 담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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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가 출시된 지 2년 만에, 미국에서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보건 당국에게 경계의 대상이 된 새로운 액상형 전자담배인 쥴(JUUL)도 대한민국 담배시장에 등장하였다. 궐련 판매량이 전체 담배 판매량의 99%를 차지하던 것에서 80%대로 감소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점점 더 빠를 것으로 예측된다. 급변하는 담배시장의 변화 속에서 담배규제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 담배시장의 변화, 심상치 않다 |

| 담배시장의 변화,
심상치 않다 |

흔히 전통적인 담배제품은 크게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제품을 사용할 때 연기가 나는 유연담배 제품(Smoking Tobacco Products)과 연기가 나지 않는 무연담배제품(Smokeless Tobacco Products)이다. 유연담배제품에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형태인 궐련(cigarette)을 비롯하여 엽궐련(Cigar), 말아피는 담배(Roll-your-own), 파이프 담배 등이 포함되며 무연담배제품에는 코담배(Snuff), 빠는 담배(Snus) 등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제조되고 소비되는 담배 형태는 유연담배제품에 해당되며, 이 때문에 오랜 기간 ‘담배 사용(Tobacco Use)은 연기를 흡입한다’, 즉 흡연(Smoking)과 거의 동의어처럼 사용되어 왔다. 담배제품에 대한 정책이나 규제를 금연정책(Anti-smoking Policy)이라고 한 것도 대부분의 담배제품이 유연담배제품이었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불과 2년 전까지 궐련이 전체 담배판매량의 99%를 차지하는 시장 구조를 유지해 왔다. 매년 발표되는 성인과 청소년의 흡연율 역시 궐련 사용을 기준으로 조사되고 있다. 궐련이 아닌 담배제품도 국내에 유통 및 판매되지만 궐련 외 담배제품 중 가장 판매량이 높은 액상형 전자담배의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에 그쳐왔다. 그러나 2017년 5월, 궐련형 전자담배가 등장하면서 대한민국 담배시장에 전례 없는 변화가 급속하게 일어났다. 처음으로 궐련의 담배 시장 점유율이 90% 이하로 떨어졌으며 편의점의 담배 광고판 역시 궐련형 전자담배 광고로 도배되었다. 그리고 올해 5월, 또 다른 형태의 담배제품이 우리나라에 출시되면서 국내 담배시장에 큰 변화를 예고해 왔다. 미국에서 특히 10대와 20대의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폐쇄형 액상 전자담배(Closed Vaping Systems) 제품이 바로 그것이다.

 

| 표 1 |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

| 표 1 |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

표1/궐련형전자담배와액상형전자담배
표1/궐련형전자담배와액상형전자담배
※ 담배제품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국가금연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담배규제 팩트시트( https://nosmk.khealth.or.kr/nsk/user/extra/ntcc/nosmokeInfo/infoList/jsp/Page.do?siteMenuIdx=62&c_gr=1) 참고

 

 

| 이미 시작된 대한민국 담배시장의 변화 |

| 이미 시작된 대한민국
담배시장의 변화 |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자료에 따르면 궐련, 액상형 전자담배,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의 합으로 정의하는 우리나라 담배시장에서 궐련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까지 99%를 유지하다가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의 출시와 함께 88.7%로 급락하며 2023년에는 70.6%까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장구조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5년 내 25% 이상의 시장 점유율이 예측되는 궐련형 전자담배로 분석되며, 이전까지 소규모 업체 중심으로 공급되던 액상형 전자담배의 판매량이 쥴랩스코리아와 KT&G와 같은 규모 있는 업체를 통해 폐쇄형 액상 전자담배가 편의점을 통해 본격적으로 유통망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 표 2 | 담배 유형별 시장점유율(2013~2023년)

| 표 2 | 담배 유형별 시장점유율(2013~2023년)

표2/담배유형별시장점유율(2013~2023년)
표2/담배유형별시장점유율(2013~2023년)
* 2019년부터는 추계자료임
※ 출처: Euromonitor International. (2019).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폐쇄형 액상 전자담배의 판매량이 2018년 20만 달러에서 2023년 2,495만 달러로 약 1,200배 증가하고 개방형 액상 전자담배의 판매량을 월등히 추월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전세계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추이와 비교해 볼 때 매우 급격한 변화이다.

 

| 표 3 |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량(2017~2023년)

| 표 3 |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량(2017~2023년)

표3/액상형전자담배판매량(2017~2023년)
표3/액상형전자담배판매량(2017~2023년)
* 2019년부터는 추계자료임
※ 출처: Euromonitor International. (2019).

 

한편, 이러한 시장 변화는 우리나라 성인 및 청소년의 담배 사용에도 당연히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2017년 성인 현재흡연율은 22.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였으며, 청소년 현재흡연율 또한 6%대로 진입하였다.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현황을 보면 성인의 경우 2017년 2.7%로 2016년 2.3% 대비 상승하였으며 청소년의 경우도 2017년까지 감소하다가 2018년에 2.7%로 전년 대비 20% 이상 상승하였다. 한편 2018년부터 조사되기 시작한 청소년의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 경험은 2.9%로 보건 당국의 주의가 필요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 표 4 | 최근 3년간 성인 및 청소년의 담배 사용률 추이

| 표 4 | 최근 3년간 성인 및 청소년의 담배 사용률 추이

표4/최근3년간성인및청소년의담배사용률추이
표4/최근3년간성인및청소년의담배사용률추이
1) 2005년 추계인구로 연령표준화, 출처 :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2018).
2) 출처 :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2018).

 

새로운 담배제품의 등장으로 인한 담배 시장 및 담배 소비행태의 변화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는 오래전부터 신종 담배제품에 대한 담배규제 정책의 적용 필요성과 각국 보건당국의 주의 깊은 모니터링을 강조해 왔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로 불리는 액상 니코틴을 흡입하는 제품(Electronic Nicotine Delivery Systems, 이하 ENDS) 및 궐련형 전자담배를 포함하는 가열담배(Heated Tobacco Products, 이하 HTPs)의 시장 확산에 우려를 표명하며 이들 제품이 지금까지의 담배규제 정책 성과를 저해하지 않도록 그 효과가 입증된 담배규제 정책을 적절히 적용하여 제품의 사용을 예방 및 규제할 것을 권고하였다. WHO의 주요 메시지 가운데 보건당국이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은 바로 ENDS나 HTPs와 같은 신종 담배제품들이 궐련보다 덜 해로운 제품처럼 인식되고 흡연자들을 위한 덜 위험한 대안인 것처럼 판촉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주의이다. 소위 위해저감(Harm Reduction)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주장은 대부분 근거가 불충분하거나 불확실하고 연구 결과가 있더라도 대부분 이들 제품을 생산 혹은 판매하는 업계에서 직접 수행하거나 업계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것이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가장 최신의 혁신적인 기술 산물로 공중보건에 기여하는 제품인 것처럼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있지만, 객관성이 결여된 만큼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군다나 앞서 우리나라의 통계자료에서도 나타나듯이 HTPs나 ENDS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담배제품은 새로운 담배 사용자, 특히 청소년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예방적 차원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직접 불을 붙이거나 기계로 열을 가하거나, 연초를 직접 사용하거나 일부 성분만 사용하거나, 결국 체내에 니코틴이라는 중독성이 높은 성분을 끊임없이 흡수시키는 제품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ENDS나 HTPs가 일부 주장대로 궐련보다 덜 해로운 제품이라 하더라도, 니코틴의 중독성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이들 제품을 사용한 사람이 성인이 되어 궐련과 같이 명백하게 건강에 해로운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해당 제품의 단독 위해성과 별개로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문제는, ENDS와 HTPs의 위해 저감을 주장하며 궐련보다 덜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업계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궐련보다 건강에 덜 유해하므로 죄악세 개념으로 부과되는 세금의 비율도 궐련보다 낮아야 하며, 담배제품에 부착되는 경고그림의 수위도 궐련보다 낮아야 한다는 등 현재의 담배규제 정책에 대한 지적과 비판이 이미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담배시장의 급속한 변화가 담배규제 정책의 근간을, 그리고 공중보건 정책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 이미 시작된 시장의 변화,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

| 이미 시작된 시장의 변화,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

그렇다면 앞으로 더욱 급속하게 이루어질 담배시장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최근 발표된 제7차 WHO 세계흡연실태보고서(WHO Report on the Global Tobacco Epidemic)에는 HTPs와 ENDS에 대한 WHO의 입장이 잘 정리되어 있다. 먼저, HTPs는 명백히 담뱃잎을 가공하여 만든 제품이므로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이하 WHO FCTC)의 정의에 따라 담배제품으로 보아야 하며, 그간의 담배제품들과 형태 또는 사용방법이 다를 수 있어도 WHO FCTC의 주요 조치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HTP에서 배출되는 유해성분이 궐련에서 배출되는 유해성분보다 절대적인 양은 적을 수 있지만, 그 외 궐련에서 검출되지 않는 또 다른 독성물질이 검출되거나 일부는 궐련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검출되는 등 업계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일부 유독성분이 덜 검출된다고 하여 위험이 줄어들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 WHO의 입장이다. 오히려, 궐련에 없던 독성물질에의 노출로 인해 새로운 건강 위험이 초래될 수 있으며 대체적으로 담배 사용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에 출시된 지 불과 4년 남짓한 제품의 건강 유해성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엔 섣부르다.

 

한편, ENDS에 대해서도 WHO는 현존하는 근거를 검토한 결과 건강 위해성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본다. 특히 ENDS의 경우 담뱃잎이 직접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담배의 주요 성분인 니코틴이 액상의 형태로 사용된다는 것이 다른 제품들과의 가장 큰 차이인데, 이러한 차이로 인해 제품당 또는 1회 사용 시 체내에 흡수되는 니코틴의 양이 다르고, 액상 형태의 니코틴이 기화되어 체내에 흡수되는 생리학적 기전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기존의 담배제품보다 훨씬 더 다양한 첨가물이 임의로 사용될 수 있다는 등의 독특한 제품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들로 인해 현재 유통되고 있는 모든 종류의 ENDS가 사용자 그리고 그 주변인에게 미칠 건강 영향에 대한 과학적으로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한다는 것은 매우 장기적인 연구와 조사가 수반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즉, 일부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담뱃잎이 직접 사용되지 않아 궐련보다 덜 해롭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오히려 지금까지와 다른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ENDS에도 현재의 담배규제 정책을 적절히 적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특히 WHO가 비용효과적인 담배규제 조치로 제시하고 있는 MPOWER의 6가지 정책을 다음과 같이 적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표 5 | WHO가 권고하는 ENDS 규제 방법

| 표 5 | WHO가 권고하는 ENDS 규제 방법

표4/WHO가권고하는ENDS규제방법
표4/WHO가권고하는ENDS규제방법
※ 출처: WHO. (2019).

 

 

| 담배는 변해도, 담배규제의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

| 담배는 변해도,
담배규제의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

업계들은 위해저감이라는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근거로 지금의 담배규제 정책이 변화가 필요하며,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 혁신을 가져온 것처럼 규제 정책에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물론, 제품의 변화 그리고 시장의 변화에 따라 규제 정책의 변화가 필요할 수는 있지만, 그러한 변화는 반드시 객관적이고 명백한 사실을 근거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영향을 주는 정책이라면 더더욱 그러해야 한다. 담배규제의 원칙은 담배로 인한 보건 및 사회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며, 그 궁극적인 목표는 담배가 없는 그리고 담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최근 2년간 국내외 담배시장의 변화는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담배규제의 원칙과 목표를 지켜내는 것이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필요한 담배규제 정책의 대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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