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하고 전 세계 194개 회원국이 함께 강력한 담배규제 추진의 의지를 다지는 세계 금연의 날(World No Tobacco Day)이다. 1987년 세계보건총회의 결정으로 만들어진 세계 금연의 날도 올해로 벌써 30주년, 햇수로 31번째를 맞이하였다. WHO가 일 년 중 하루를 금연을 위한 날로 정하게 된 이유와 지난 30년간의 노력, 그리고 2018년 세계 금연의 날의 메시지를 알아보자.
WHO, 담배 없는 날을 만들다
1987년 세계보건총회에 모인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회원국들은 담배 사용이 건강에 미치는 해악과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되새기며, 세계보건기구(WHO) 설립 40주년이 되는 1988년의 세계 보건의 날(4월 7일)을 금연의 날(No Smoking Day)이라는 주제로 기념할 것을 결정하였다. 그렇게 첫 번째 세계 금연의 날은 “담배가 아닌 건강을 선택하라”는 주제로 세계 보건의 날에 개최되는 모양새였다. 지금처럼 매년 5월 31일을 세계 금연의 날(World No Tobacco Day)로 정하여 단독의 공식 기념일이 된 것은 그 이후 이루어진 보건총회 결정에 의한 1989년부터이며, 그 역사가 벌써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WHO가 일 년 중 하루를 세계 금연의 날로 지정하고 모든 회원국의 동참을 촉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WHO 헌장에 따라 모든 인류의 건강한 삶의 보장을 위해서는 한 국가, 한 지역이 아닌 전 세계적 차원의 담배 사용 근절의 노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WHO는 매년 초 그해 금연의 날 주제를 선정하여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는데, 이 때에 공표되는 주제 혹은 슬로건은 단순히 흡연이 나쁘다는 메시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WHO가 담배 사용 근절을 위해 대중 및 정부 당국이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활동과 조치를 알려주고 여기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는 WHO가 그 시기에 주력하는, 혹은 주력하고자 하는 담배규제 조치와도 일맥상통한다. 즉, 지난 30년간의 세계 금연의 날 주제만 봐도 WHO가 담배와 담배규제에 대해 어떠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하고 있으며, 어떠한 정책적 접근과 조치를 우선시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세계 금연의 날, 30년의 역사
1988년부터 시작하여 2018년인 올해까지 발표된 총 31개의 WHO 세계 금연의 날 주제를 통해 WHO가 전 세계에 전달하고자 하는 담배규제에 관한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먼저, WHO는 세계 금연의 날을 통해 ‘담배의 진실’을 알리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은 WHO가 금연의 날을 지정하기 전부터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왜 흡연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지, 흡연이 왜 중독적일 수밖에 없는지, 금연이 왜 어려운 것인지 등과 같이 흡연의 만연과 전 세계적 유행을 설명할 수 있는 정확한 근거와 정보,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다. 이에 WHO가 주목한 것이 바로 담배, 그리고 담배회사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특히 이러한 노력은 2000년대에 들어서 더욱 강력한 메시지와 문구를 통해 전 세계에 확산되었는데, 2000년 세계 금연의 날 주제였던 “담배는 당신을 죽입니다. 속지마세요.(Tobacco kills, don’t be duped)”의 경우 담배회사의 광고에 현혹되지 말라는 주요 내용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담배광고를 패러디한 포스터를 전면에 내세워 담배와 담배회사의 진짜 모습에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지난 30년에 걸친 세계 금연의 날 주제 가운데 가장 여러 회에 걸쳐 주제로 선정되었던 내용은 바로 청소년의 담배 사용 문제였는데, 이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잠재적 고객으로 인지하고 이들을 공략하는 광고와 판매 전략을 구사하는 담배업계의 활동을 폭로하기 위함이었다. 이와 더불어 청소년과 함께 비흡연자라는 이유로 담배업계의 주요 공략대상이 되는 여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였는데, 특히 여성의 흡연을 조장하기 위한 담배업계의 판촉 전략을 역으로 공격하는 포스터와 메시지를 활용하여 여성 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세계 금연정책의 발전으로 금연구역이 점점 확대되면서 궐련, 각련, 엽궐련과 같은 전통적인 유연담배 대신 무연담배 시장이 증가하고 궐련보다 덜 해롭다는 업계의 주장에 대항하기 위해 2006년에는 “담배 : 어떤 모습을 하더라도 생명을 앗아갑니다(Tobacco : Deadly in Any Form or Disguise)”라는 주제를 통해 모든 종류의 담배는 똑같이 건강에 유해하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파하였다.
또한, 2012년과 2013년에는 담배업계의 담배규제 정책 저해활동을 전면에 내세운 금연의 날 주제와 메시지를 선정하였다. 이는 WHO가 본격적으로 흡연자 대상, 즉 담배의 수요적 측면을 규제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담배업계의 활동에 우려를 표명하고, 각국 정부에게 담배업계의 흡연자 및 비흡연자 대상 판촉 활동뿐만 아니라 정책 관계자에 대한 로비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규제를 강화할 것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담배의 진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하는 정책 내용을 직접적으로 메시지에 담아 정부 당국의 참여와 변화를 촉구한다. 최근 금연의 날 주제였던 담뱃세 인상(2015년)과 담뱃갑 규격화 무광고 포장 도입(2016년)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같이 정책 도입이나 강화를 독려하는 내용의 주제를 선정한 해에는 정책 추진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슬로건, 정책 추진을 위한 실행 계획, 권고 조치 등을 상세하게 안내하며,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각종 정책 자료들을 무료로 배포하여 단순히 정책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정부 당국, 정책 관계자 및 참여자가 해당 조치를 자국 내에서 시행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18년 주제는 담배와 심장
그렇다면, 2018년의 세계 금연의 날 주제는 무엇일까? WHO에서 선정한 올해 금연의 날 주제는 바로 흡연과 심혈관계질환(Cardiovascular Disease)이다. 심혈관계질환은 심장과 혈관에 발생하는 질환을 말하는데, 대표적으로 심장에 혈액을 공급해 주는 혈관 장애로 인한 심장마비 등 관상동맥 심장질환을 비롯해 뇌에 혈액을 공급해 주는 혈관 장애로 인한 뇌졸중 및 뇌경색 등의 뇌혈관질환, 그리고 팔과 다리에 혈액을 공급해 주는 혈관 장애로 인한 말초동맥질환, 선천성심장병 등이 있다. 심혈관계질환은 전 세계 사망원인 1위로 2015년 기준 세계 사망인구의 31%에 해당하는 약 1,770만 명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하였으며, 이 가운데 740만 명은 관상동맥 심장질환으로, 670만 명은 뇌졸중으로 사망하였다. 심장마비와 뇌졸중은 주로 갑자기 일어나는데, 혈액이 심장 또는 뇌에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으로, 주요 위험 요인으로 흡연,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 비만, 부족한 신체활동, 음주 등이 있다. 특히 흡연은 심혈관질환 발병 제2의 원인이며,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약 12%가 흡연과 간접흡연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에 5개비 미만의 담배를 피운다고 하더라도 관상동맥 심장질환 발생의 위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2004년에는 간접흡연으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의 87%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사망하였다고 밝혀진 바도 있다. 또한 연기가 없는, 일명 무연담배 사용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무연담배 사용자가 비사용자에 비해 치명적 심근경색을 경험할 확률은 1.13배, 치명적 뇌졸중을 경험할 확률은 1.4배 높다고 한다.
담배 사용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는 만큼, 강력한 담배규제 정책은 이러한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관상동맥 심장질환 환자 중 흡연자가 금연을 하면 사망 위험이 약 36% 감소하고, 비치명적 심근경색의 위험은 32% 감소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뇌졸중 위험이 약 1.5배 높은데, 약 5년 이상 금연을 하면 뇌졸중 위험이 비흡연자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간접흡연 역시 관상동맥 심장질환 위험을 약 25~30% 높이는데, 강력한 직장 및 공공장소 내 금연구역 정책을 시행하면 급성심근경색의 발생이 15%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한편, 우리나라 역시 심혈관질환이 암에 이어 사망원인의 2위를 차지할 만큼 심각한 문제이다. 특히 심장질환의 경우 10년 전에 비해 사망원인의 순위가 오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주요 사인 중 하나이며, 뇌혈관질환 역시 10년 전에 비해 감소하긴 하였으나 여전히 주요 사인에 속하는 만큼 지난 10년간 이들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우리 사회에 미친 사회경제적 영향은 상당한 수준일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인구의 주요 사망원인인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흡연과 간접흡연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생각보다 높지않다는 데에 있다. 2012년에 발표된 WHO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흡연자의 45.7%가 흡연이 뇌졸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믿지 않거나 모르고 있었으며(2010년 기준), 43.5%는 간접흡연이 심장마비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거나 모른다고 응답하였다고 한다(2008년 기준). 즉, 절반가량의 흡연자가 담배 사용이 본인 및 주변사람의 심장에 가하는 위협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많은 국가들이 담뱃갑에 부착하는 경고그림에 담배 사용의 폐해를 전달하는 주제 중 하나로 흡연이 심혈관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선정하여 흡연자와 비흡연자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16년 12월부터 부착한 경고그림 10종 가운데 심장질환과 뇌졸중에 대한 위험을 알리는 그림과 문구를 선정, 담배광고와 담뱃갑에 부착할 것을 의무화하여 담배 사용으로 인한 건강 위험을 보다 정확하게 알리고 있다.
금연의 날이 없어도 되는 그날까지
매년 새로운 주제가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발표되지만, 사실 WHO가 항상 제시하는 표어는 따로 있다. 바로 “매일매일 금연의 날로 만들자(Make Everyday World No Tobacco Day)”이다. 금연과 담배규제에 대한 의지를 5월 31일 단 하루로 제한하지 말고, 매일을 금연의 날과 같은 마음으로 행동하자는 의미이다. 그러나 담배규제의 최종 목표가 담배가 사라진, 그야말로 담배로부터 자유로운 사회(Tobacco-free World)인 것처럼, 금연의 날 최종 목표 역시 금연의 날이 없어도 되는 사회여야 할지 모른다. 지난 30년간, 전 세계가 같은 날 동시에 담배에 대한 진실, 담배회사에 대한 폭로, 담배의 세계적 만연을 위한 정책 강화의 메시지를 공유하였다. 이제는 정해진 금연의 날이 없어도 되는, 진정한 의미의 담배 없는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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